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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웹 3.0과 ‘사적 자치의 원칙’

[칼럼]웹 3.0과 ‘사적 자치의 원칙’

  • 기자명 이근옥 법무법인 원 인공지능대응팀 변호사
  • 입력 2023.04.03 10:53
  • 수정 2023.04.0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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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연재 칼럼, 법과 AI ⑬

인공지능(AI) 전문매체 THE AI는 국내 최고 수준의 AI 전문 대응팀을 운영하고 있는 법무법인 '원'과 공동으로, AI에 대한 다양한 법률 전문가 시각을 다뤄보는 ‘특별 연재 칼럼, 법과 AI'를 기획했습니다. 현재 법 체계와 발전하고 있는 AI 사이에서 볼 수 있는 시각차, AI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 편집자 주

이근옥 법무법인 원 인공지능대응팀 변호사. /법무법인 원
이근옥 법무법인 원 인공지능대응팀 변호사. /법무법인 원

‘웹3.0’을 설명하는 가장 주요한 키워드는 ‘탈중앙화’다. 웹3.0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사용자의 데이터를 탈중앙화된 블록체인에 저장하며 투명하고 공개된 프로토콜과 토큰경제로 구동되는 웹생태계’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웹3.0을 웹2.0과 구별하는 가장 직관적인 기준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페이스북, 트위터 등 플랫폼 기업이 아닌 블록체인에 저장한다는 점이다. 나아가 개인은 탈중앙화된 금융 시스템(=DeFi; Decentralized Finance)에서 자신의 콘텐츠를 NFT로 발행하고 이를 암호화폐로 거래하여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X2E ; X to Earn). 데이터와 컨텐츠에 대한 소유권을 기업이 아닌 데이터 및 컨텐츠를 생산한 개인들이 갖게 된다는 점에서 웹 3.0은 웹 질서의 장밋빛 미래로 묘사되기도 한다.

챗GPT 역시 웹 3.0에 대해 긍정적이다. 챗GPT는 ‘웹 3.0은 중앙기관에 의해 통제되지 않고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와 온라인 활동을 더 잘 통제할 수 있다. 웹 3.0은 사용자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암호화 및 분산 스토리지 솔루션을 사용하여 보다 안전하고 개인적인 온라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웹 3.0은 개인간 거래를 촉진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온라인에서 부의 더 공평한 분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웹 3.0은 보다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분산된 온라인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인터넷의 차세대 진화이다.’고 설명한다.

탈중앙화를 모토로 하는 웹3.0에서는 개인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사적 자치(私的 自治)의 원칙’이 지배할 것이다. 사적 자치의 원칙은 ‘사인(私人), 즉 개개인이 자기의 법률관계를 자유로운 결단에 의해 스스로 형성하여 나아가도록 하는 원칙’을 말한다. 사실 사적 자치의 원칙은 민법, 상법 등 각종 사법(私法)을 관통하는 대원칙으로서 당연한 이야기인데, 새삼스럽게 사적 자치의 원칙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웹3.0이 도래하기 전까지는 중앙집권적 질서가 통용되던 영역에서도 웹3.0에서는 사인간의 계약을 통하게 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웹3.0의 조직 형태인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s)는 ‘합의를 통한 의사결정을 하는 탈중앙화 자율조직’을 의미하며 구체적으로, 특정한 프로젝트 또는 업무를 성사시키기 위해 모인 구성원들이 투표를 통한 의사결정을 함으로써 중요한 결정이 몇몇 개인에 의해 독점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막는다. DAO의 법적 성격은 일종의 조합이나 단체 또는 계약 공동체 등으로 보아야겠지만, 이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그럼에도 DAO를 실험적으로 적용하여 운영되는 조직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는 국보 제73호 <금동삼존불감> 경매 과정에서 ‘헤리티지 DAO’가 참여하여 낙찰을 받은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또한, 공통 목표 달성을 위해 모인 개인들이 직급체계 없이 각자에게 부여된 업무를 커뮤니티 내에서 자율적으로 수행하며 전 구성원들이 투표로 의사결정을 하고, ‘스마트컨트랙트’ 계약에 따라 자동으로 보상을 지급받는 DAO 형태의 ‘역할조직’(Role-driven organization)도 다방면의 분야에서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디센트럴랜드’도 웹3.0, DAO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메타버스 내 아이템은 암호화폐로 거래되고 이용자들의 투표로 디센트럴랜드 운영 전반이 결정된다.

웹3.0에서는 개인이 생산한 콘텐츠의 소유권이 개인에게 있고 해당 콘텐츠의 보상을 ‘토큰’으로 지급받으며 토큰 소지자들이 직접민주주의 형식의 의사결정을 하므로 사적 자치의 원칙이 적용되는 영역이 대부분일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적 자치의 원칙은 그 내용에 구애받지 않고 적용되기 때문에 자칫 공공질서에 어긋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에 우리 민법은 사적 합의가 있었던 계약이라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를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금지하는 조항 등을 두고(민법 제103조) 사적 자치 원칙의 부작용을 예방하고 있다. 사적자치의 원칙의 근거조항인 헌법 제119조 역시 사적자치의 원칙 제한 가능성을 동시에 규정하고 있다. 

즉 계약을 통한 의사결정의 내용이 형평에 어긋나거나 공공질서에 어긋날 경우 사적자치의 원칙은 제한되어야 마땅하다. 따라서 만일 DAO 기반 웹3.0 커뮤니티에서 사회질서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했다면 이는 DAO의 구성원들이 동의했다 하더라도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문제는 웹3.0 자체가 탈중앙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계약위반이나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한 국가의 법률로 규제하거나 무효화 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작년 루나 사태와 같이 개인간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 중앙정부나 빅테크기업이 개입하기도 어려운 탈중앙화 질서가 구축된다면 웹3.0은 웹2.0의 대안으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사라질 것이다. 웹3.0이 전문가들의 낙관적인 예측과 같이 ‘중앙집권적인 위계질서 대신 개인 간의 효율적인 협업이 일상화되고, 투명한 프로토콜에 의해 대가가 지급되는’ 웹 생태계로 자리 잡기 위해서 웹3.0 이용자들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를 하지 않도록 자정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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