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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젓기 바쁜 AI 기업에 불어온 역풍 ‘저작권’

노 젓기 바쁜 AI 기업에 불어온 역풍 ‘저작권’

  • 기자명 김동원 기자
  • 입력 2024.01.0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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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AI, 저작권 문제로 풍비박산 위기
생존 vs. 생존, 양보 없는 전쟁에서 발목 조심하라

AI가 전성기를 맞이한 지금, 기업들은 저작권 문제를 겪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AI가 전성기를 맞이한 지금, 기업들은 저작권 문제를 겪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이 전례 없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생성형 AI 등장 이후 분야에 가리지 않고 모든 산업이 AI 적용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적자에 갇혀있던 AI 기업들은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라는 말처럼 고객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AI 전성기를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 등장했다. 저작권이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는 미국 대표 매체인 뉴욕타임스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당했다. 이미지 생성 AI인 스테이블 디퓨전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스태빌리티AI는 이미지 제공 기업 게티이미지뱅크와 저작권 침해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AI 기업이 저작권 침해를 했다고 판명되는 경우 세 회사는 수십억에서 조 단위에 이르는 손해배상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AI 모델을 만들고도 파산의 위기에 놓인 것이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며 모든 훈련 데이터를 폐기하고 불법 사용과 복제에 관해 손해배상과 보상을 요구했다. 소송 전인 지난해 4월 MS와 오픈AI에 문제점을 제기하고 원만한 해결을 모색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양사에 수십억 달러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상태다.

스태빌리티AI 상황은 더 심각하다. 우선 뚜렷한 증거가 있다. 이미지 생성 AI인 스테이블디퓨전에서 생성한 이미지에 게티이미지뱅크 워터마크가 나왔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뱅크는 유료 회원 가입자에겐 워터마크가 없는 이미지를 제공하지만, 유료 회원이 아닌 경우 워터마크가 찍힌 이미지만 볼 수 있다. 무단으로 다운로드하거나 캡처해 사용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스테이블 디퓨전이 생성한 이미지에 이 워터마크가 나왔다. 이는 스태빌리티AI가 게티이미지뱅크의 이미지를 AI 모델에 동의 없이 학습시켰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게티이미지뱅크는 이 AI 회사에 1조 8000억 달러(약 2357조 원)의 소송을 걸었고, 현재 영국에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업계에선 뚜렷한 증거가 나왔기 때문에 게티이미지뱅크가 승소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 “AI 시대인데 저작권 빡빡하다”… 글쎄

저작권 소송을 두고 일부 AI 관계자들은 이제 저작권 허용에 대한 어느 정도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저작권을 가진 이들도 어차피 생성형 AI를 이용하게 될 텐데, 기술 발전을 위해 저작권 장벽을 다소 낮추자는 주장이다. 그렇게 해야 전 세계적으로 치열하게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AI 전쟁 상황에서 종속국이 되지 않고 생존할 수 있다고 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AI 모델의 경쟁력은 결국 데이터에 있다. 양질의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갈수록 늘어나는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킬 수 있다. AI 공급사 입장에선 데이터 확보가 생존 문제와 연관된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AI 모델이 나오고 있는 지금, 데이터가 없어 경쟁에 뒤처진다면 결국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저작권을 가진 기업도 생존이 걸린 문제다. 이미지 생성 AI가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경우 게티이미지는 경쟁력을 잃게 된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시대에서 자신이 찾고자 하는 이미지를 일일이 검색해 유료로 이용해야 하는 서비스는 달갑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자신을 위협하는 AI가 자신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학습했다면 소송은 당연한 일이다.

신문사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기사를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로 무료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해외는 다르다. 정보와 기사는 유료다. 기사를 보려면 유료 구독해야 하고 포털보단 언론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기사를 보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트래픽으로 인한 광고 수익 등이 발생한다. 그런데 챗GPT 등의 AI가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고 최신 뉴스 정보까지 제공한다면 언론사는 수익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 소장을 내며 “자사의 수백만 건의 기사가 챗GPT, 코파일럿 등 AI 챗봇 훈련에 무단으로 사용돼 수십억 달러를 손해 봤다”며 “독자와 트래픽뿐 아니라 광고, 구독 수익도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저작권을 가진 업체에선 AI 학습 데이터 무단 사용이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일이다. AI 기업의 생존, 그리고 저작권을 가진 기업의 생존. AI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 한국도 안전치 않은 AI 저작권, “발목 잡힐 사안 없애야”

현재 MS나 오픈AI, 스태빌리티AI의 소송은 AI 발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AI 기업의 패하는 경우 오픈AI나 스태빌리티AI는 파산까지 생각해야 한다. 손해배상뿐 아니라 AI 모델 발전에도 부정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중도에 협의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 경우 다른 언론사들도 MS와 오픈AI에 소송을 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많은 매체와 협의해야 하므로 비용과 시간적으로 피해가 간다. AI를 개발할 때 속도만 생각하지 말고 안전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상황은 어떨까. 한국신문협회는 지난해 12월 2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네이버의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가 언론사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콘텐츠를 이용하고 있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에 네이버는 뉴스 제휴 약관에 관련 근거가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협회는 해당 약관은 뉴스 노출‧제공을 위한 것이기에 AI 학습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네이버에서는 콘텐츠 제휴(CP)사에만 돈을 주고 뉴스 서비스를 하고 있다. 검색 제휴나 스탠드 제휴 매체는 언론사의 기사가 무료로 배포된다. 이러한 기사를 AI 학습에 적용했을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검색 제휴조차 되지 않은 기사를 무단 학습시켰을 경우 그 문제는 더 크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해 6월 30일 발간한 ‘생성형 AI와 저작권 현안’ 보고서에서는 AI 기업들이 학습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개인정보‧저작권 침해물, 경쟁 사업자가 제공하는 정보에서 크롤링한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데이터 공개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닌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정부는 AI 학습데이터의 저작권을 명확히 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AI 사업자가 적절한 보상 등 방법을 통해 이용 권한을 확보하고, 저작권 침해 방지에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를 발행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1일 신년사에서 “AI 시대에 맞춰 선제적 저작권 규범을 마련, 저작권 강국으로 입지를 굳혀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업계에선 학습 데이터를 서로 동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저작권을 가진 기업과 AI 기업이 서로 윈윈하는 전략을 찾아야지, 글로벌 경쟁에 뒤처지지 않으려 동의없이 사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AI 스타트업 대표는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정말 시간이 촉박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동의 없이 사용한 데이터가 추후 10배, 100배의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안전하게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법조 관계자는 “AI 스타트업은 사실 기술 개발하기도 바빠 법적인 내용을 검토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정부에서 AI 기업들과 저작권을 가진 기업들이 피해를 가지 않도록 법률 상담을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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