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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민주적 절차 없는 R&D 예산 감축…AI 미래 깜깜”

[기자수첩] “민주적 절차 없는 R&D 예산 감축…AI 미래 깜깜”

  • 기자명 구아현 기자
  • 입력 2024.02.15 18:26
  • 수정 2024.02.29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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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I 구아현 기자.
THE AI 구아현 기자.

최근 과학계가 정부를 향해 일침을 날렸다. 과학기술 분야 일괄 연구개발(R&D) 예산 감축을 두고 ‘정치 폭주’라고 규명했다.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은 성명서를 내고 정부를 향해 정치용 과학을 없애고 민주적인 과학기술 정책을 운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학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싶다던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국민이 평가할 수 있도록 과학 대통령의 의미와 기준을 먼저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올해 R&D 예산을 전년대비 14.7%(4조 6000억원) 감축된 25조 5000억원으로 확정했다. 연구프로젝트 예산이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90%까지 각각 줄어든 것. 문제는 이러한 정책을 실행할 때 민주적 절차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또 예산 삭감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논의도 없이 일괄 삭감했다.

이러한 삭감은 진행해 왔던 연구가 목표한 대로 완료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 ‘말짱 도루묵’인 상태가 되는 것. 수행 중인 연구 프로젝트가 무산되면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다. 그동안 투입됐던 예산을 땅에 묻는 거나 다름이 없다. 예산 감축으로 당장 학생들은 적은 인건비로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만약 인력이 없어지면 수행 중인 연구는 중단할 수 밖에 없다.

카이스트 A 교수는 “예산이 줄어들면 가장 먼저 인건비와 인원이 줄어들고 연구 자체가 안된다”며 “단순히 적어진 예산으로 계속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프로젝트를 몇 개 포기하거나 아니면 모두를 중단해야 할 위기”라고 토로했다.

미래 국가 경쟁력이라고 여겨지는 인공지능(AI)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AI 반도체 유망기업 R&D를 지원하는 ‘인공지능반도체 혁신기업 집중육성’사업은 90%가 삭감됐다. AI 인재를 양성하는 ‘AI융합혁신대학원 사업’ 예산은 약 22% 축소됐다. 갑작스러운 예산 감축으로 AI융합혁신대학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총 9개 대학이 타격을 받았다. AI 교육에 가장 중요한 교수진 확보, 학생 장학금, 국제 협력, 연수 프로그램을 모두 축소해야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국내 SW(소프트웨어) 기술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8년간 지원하는 ’SW 스타랩‘ 사업도 예산이 30% 줄었다. 이 사업은 SW 인력양성과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2015부터 추진해 온 장기 지원 사업이다. 1년에 3억씩 지원하던 사업이 한순간에 1년에 2억으로 줄었다. 이에 대학 연구팀은 당장 인력부터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예산 감축과 그에 따른 실행도 민주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예산은 줄었으나 처음 연구에서 목표했던 결과는 그대로 내라고 하는 것. 관련 사업을 맡아 추진해 온 B 교수는 “갑자기 예산은 줄었지만, 실적을 처음 설정한 대로 수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당장 인력을 줄이고 연구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면 연구 자체가 진행이 안된다”고 한탄했다.

당초 예산 감축 목적은 불필요한 연구예산을 줄이는 일이었다. 하지만 현재 국가 경쟁에 필요한 연구가 당초 목표했던 목적을 이루지 못하는 중단 위기에 놓여 있다. AI 패권시대 예산 지원 감축은 기술 패권 경쟁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특히 민주적이지 않은 방식에 과학계는 반발하고 있다.

AI 주권 확보를 위해 국가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 미국, 중국 등 AI 강국은 엄청난 규모의 연구 지원을 하고 있다. 미국 AI 개발 업체인 AIPRM은 우리나라가 미국의 2040년 수준의 AI 기술을 따라잡으려면 약 447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5년간 AI 산업 투자 예산은 약 13조 7000억 원으로 미국(437조8905억)의 3%, 중국(176조7558억)의 7%에 불과하다.

미래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 기술이 없다면 대한민국은 AI 경쟁에서 어떤 우위도 차지할 수 없다. 민주적으로 이를 협의하고 나아갈 방법을 찾는다면 지금보단 상황이 나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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