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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예측 집착
  • 성민규 (UNIST 인문학부 교수)
  • 기사입력 2023.01.25 13:40
    •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 관련한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이자 개념 중 하나로 ‘빅데이터’를 들 수 있다. 컴퓨터, 스마트폰,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각종 디지털 미디어의 사용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되면서, 이들 기기를 통해 수집되는 방대한 데이터가 그 이용자의 행동과 사고, 심지어 감정까지도 표출하므로, 이를 ‘프로파일링’하면 이용자의 과거와 현재뿐만 아니라 그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빅데이터 알고리즘 사고의 배경이다. 온라인 홈쇼핑 사이트에 방문할 때마다 내가 관심 있어 할 만하다는 팝업 메시지와 함께 자동 추천되는 품목들을 보면서 나에 관한 빅데이터 소비자 프로파일링을 경험한다.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유튜브의 추천 동영상 알고리즘 등이 모두 이와 같은 빅데이터 소비자 프로파일링의 사례다. 유튜브에서 개인 방송을 하는 모든 이들이 시청자들에게 ‘가입’과 ‘구독’ 그리고 ‘좋아요’를 애걸복걸하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어떤 배경과 이력을 가진 이용자들이 자신의 개인 방송을 시청하는지, 이들 간에 어떤 네트워크가 프로파일링 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개인과 집단을 가로지르는 그야말로 방대한 빅데이터 프로파일링으로 유튜브는 보다 정밀한 타깃 광고를 할 수 있고, 이 빅데이터를 다른 마케터나 광고업자들에게 판매하여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한다. 이른바 빅테크 기업 중 페이스북은 자사 전체 수익의 97퍼센트, 구글은 80퍼센트 이상,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40퍼센트와 20퍼센트 정도의 광고를 통해 이룬다. 이용자가 곧 데이터라면, 데이터는 곧 돈이다.

      빅데이터 소비자 프로파일링에서 이 새롭지 않은 단순한 ‘이용자=데이터=돈’이라는 공식은  또 다른 차원에서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존 체니-립폴드(John Cheney-Lippold)는 그의 2017년 저서 <We Are Data: Algorithms and the Making of Our Digital Selves>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수집된 이용자 데이터가 알고리즘적 패턴을 부여받아서 이용자를 프로파일링하고 이를 통해 이용자에게 특정한 정체성을 부여한다고 분석한다. 그는 이렇게 패턴화된 프로파일을 “측정유형”(measurable type)이라 부른다. 가령,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금융거래, 대중문화 소비, 병원이나 돌봄 서비스 이용, 정치 참여에서 수집된 이용자 데이터는 이용자에게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이용자를 특정한 문화소비 유형으로 분류하며, 소득과 보험 서비스 가입에 따라 이용자에게 차별화된 의료 서비스 등급을 지정하거나 소셜미디어의 네트워크상에서 특정한 정치 후보자를 지지하는 정치 성향을 부여한다. 

      ‘이용자=데이터=돈’의 공식의 궁극적 목표는 돈을 넘어선다. 개별 이용자를 다양한 측정유형들로 분류하여 그에 따라 이용자에게 소비의 경로, 정치 참여의 경로, 사회적 연결의 경로를 제공하는 것이 그 공식의 목표다. 그리고 이 경로 제공의 목표는 이용자가 그 경로에 따라 지속적인 행위 패턴을 ‘앞으로 계속’ 만들어가도록 이용자의 유형을 창출하고 이용자 스스로 그 유형에 익숙하여지도록 하는 데에 놓인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유튜브에서 ‘당신과 같은 사람들이 이러한 상품을 사거나 저러한 동영상을 시청해오고 있다’라는 메시지는 그러한 예다. 이용자의 미래 행위를 예측하기 위한 디지털 미디어의 데이터 수집과 처리는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 쥐어짜기’(data extraction)라는 사업 모델로 드러난다. 2022년 9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과 페이스북에 부과한 천억 원의 과징금은 그 사업 모델의 결과이다. 디지털 세계가 이와 같은 ‘예측 집착’에 빠져 있는 한, 메타버스와 같은 오프라인 현실과의 결합이라는 증강현실 세계는 또 다른 측정유형을 만들기 위해 기업적 사업 모델에 이용자를 쥐어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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