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I View

인공지능 시대, ‘통신기술’을 간과해선 안 되는 이유
  • 전승민 편집국장
  • 기사입력 2022.11.22 12:50
    • 픽사베이
      ▲ 픽사베이

      사람들은 인공지능(AI) 기술과 통신 기술을 제각각 나누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에는 실제로 그랬다. 서로 다른 학문으로 구분됐고, 실제로 대학의 전문가 과정도 각각 다르다. AI전문 과정이 생겨나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은 일이며 과거에는 소프트웨어(SW)공학의 일환으로 여겨졌다. 통신은 당연히 ‘정보통신공학’이나 ‘전파공학’ 등의 과정을 통해 배운다. 그런데 이 둘은 정말 전혀 다른 영역에 속해 있을까.

      과거엔 통신 기술이 발전하면 영화를 빠른 속도로 다운로드하거나, 더 고화질의 영상통화가 가능해지는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런 인식에 큰 변화를 가져온 건 5G(5세대) 이동통신의 등장이다. 5G 등장 당시 ‘수많은 첨단기술이 속속 현실로 들어올 것’이라는 장밋빛 희망이 제시되면서 ‘통신기술이 현실 속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5G 서비스를 시작한 건 한국이 처음이었는데, 2018년 12월 1일 0시부터 5G 전파를 발사하기 시작해 세계에서 가장 빨리 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한 나라가 됐다. 그로부터 수 개월 후 통신 단말기 보급이 이뤄지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5G는 당시 왜 각광받았을까. 5G 이상의 이동통신이 제공하는 장점 중 하나는 ‘초저지연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원격으로 연결된 기계장치에 명령을 내리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응답성이 빠르다는 이야기다. 4G의 지연시간이 10~20ms(밀리초)에 달했다면, 5G의 지연시간은 고작 1ms에 불과하니 10~20배나 향상됐다. 심지어 앞으로 상용화 될 6G는 이보다도 10배 이상 빨라져 100마이크로초(μs) 이하의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면 실제로 케이블을 연결해 물리적으로 조작하는 것과 체감상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즉 원격으로 기계장치를 통제하기에 최적의 솔루션이 세상에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런 기술은 직접적으로 어떤 점에서 우리 세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까. 바로 고성능 AI가 ‘로봇’에 명령을 내릴 수단이 생기기 때문이다. 로봇에 자체적으로 AI를 탑재할 수 있지만 내장형 소형 컴퓨터로 운영할 수 있는 AI의 성능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통신으로 로봇과 AI를 연결하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간의 통제 없이도 안전하고 쾌적하게 움직이는 자율주행차, 사고 없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배달로봇 등의 개발이 지지부진한 건, 인간만큼 주위 상황을 능숙하게 판단할 AI를 아직 로봇에 탑재하기 어렵기 때문인데, 이런 문제가 사라지는 것이다.

      산업현장도 마찬가지다. 복잡하게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아도 공장 속 모든 생산시설이 공장 전체를 총괄하는 AI의 지시를 받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도록 만들 수 있다. 요즘은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는 ‘협동로봇’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로봇은 공장뿐 아니라 식당, 카페 등 다양한 서비스 산업에도 쓰이기 시작했다. 의료도 큰 폭으로 변화할 것이다. 통신속도가 빨라진다는 말은 원거리 기계조작을 위화감 없이 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장거리의 의사가 로봇을 이용해 환자를 진단, 치료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와 같다. 지난 6월 중국에선 5000㎞ 거리 5G 원격 로봇을 이용해 장쑤성 난징의 의사가 신장 커저우의 환자를 수술하는 데 성공해 보여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고성능 통신 인프라가 AI와 합쳐진다면 앞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 실로 얼마나 더 편리하게 변할지 미처 다 상상하기도 버겁다.

      문제는 우리의 현주소다. 한국은 5G 통신에 초기 빠른 성장에 안주하면서 현재 과거와 같은 발 빠른 대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국내 이동통신 3사(SKT·KT·LGT)는 2018년 5G 서비스용으로 28㎓(기가헤르츠) 대역의 주파수를 나누어 할당받았는데, 당시, 28㎓ 장비 4만5000대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행 비율이 11%(5059대)에 그쳤다. 현재 정부는 KT와 LGT의 할당분 주파수를 취소하고, 그나마 이행률이 높은 SKT조차 내년 11월 30일까지였던 이용 기간이 6개월 앞당겨진다. 초고속 통신에 많은 투자를 하겠다고 정부와 국민에게 한 약속을 통신사들 스스로 저버린 셈이지만, 애초 정부가 주파수 수요 예측을 제대로 못 한 채 할당한 측면도 있는데, 이를 활용하지 못한 책임을 전적으로 통신사에만 떠넘긴다는 지적도 지우기 어렵다. 정책의 시행과 사업자 모두 인식이 너무 가벼웠다는 의미다.

      현실은 이와 전혀 다르다. 전 세계 주요국들은 5G를 차근차근 도입하고 있으며, 국내 통신 3사가 내던지다시피 한 28㎓ 영역 서비스도 차근차근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이들은 앞다퉈 6G 개발에도 뛰어들고 있다. 유럽에서는 지난해부터 6G 연구·개발(R&D)을 위한 ‘6G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여기에 투입되는 비용만 약 3500억 원에 달한다. 또 이를 지원하는 8개 연구·개발 프로젝트 ‘6G 스마트 앤드 네트워크 서비스’에 약 1조20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편성해놓은 상태다. 중국도 국가 주도로 6G 연구·개발을 진행해 4500억 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미국은 공공무선망혁신펀드로 2500억 원 상당을 마련했다. 민간 주도가 강한 미국 성격을 감안하면 절대 적지 않은 액수다. 한국도 나름의 노력은 보인다. 그러나 이들만큼의 치열함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필자 한 사람만은 아닐 것이다. 이대로라면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던 우리의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기 어려울지 우려된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 이른바 AI 황금기를 맞아 세상은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 기본 인프라라 할 수 있는 통신 기술의 선점은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 지금은 총력을 기울여 5G 인프라의 완성을 서두르고, 6G 원천기술 개발에 한층 더 매진해야 할 시기이며, 이는 국가적 과제라는 것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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