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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림 그리다? 그림 쓰다!” 그림 그리는 인공지능 등장의 명암

[칼럼] “그림 그리다? 그림 쓰다!” 그림 그리는 인공지능 등장의 명암

  • 기자명 이청호 상명대 교수, IAAE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장
  • 입력 2022.11.0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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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호 상명대 교수, IAAE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회장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이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그렇지만 최근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그림을 그리는 일이 매우 수월하게 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미드저니(MidJourney)나 달리(DALL-E)처럼 누구나 텍스트를 입력하기만 하면 흔히 말하는 ‘고퀄’의 그림을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됐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인공지능이 학습한 방대한 양의 이미지들을 바탕으로 텍스트를 입력하면 관련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텍스트만을 입력하는 쉬운 방식으로 퀄리티가 높은 그림을 다양하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기폭제가 되어, 이제는 단순히 심심풀이로 이미지를 제작해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일반인도 예술작품을 제작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 경우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저작권과 관련된 논의이다.

우선 관련된 사례를 하나 살펴보도록 하자. 얼마 전 미국에서 열린 미술전에서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이 대상 작품이 되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의 디지털아트 부문에 제이슨 앨런이라는 게임회사에 근무하는 사람이 미드저니를 사용하여 얻은 작품 중 3점을 골라 출품했고, 이 중 하나가 1위를 한 것이다. 물론 작품을 제출한 앨런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였음을 밝혔고 해당 대회가 창작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대회에 제출한 작품들을 얻기 위해 80시간이 넘는 수많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말하며 대상을 차지한 작품은 자신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나 몇몇 예술가들은 이는 온전한 창작물이 아니라고 비판했고, 많은 사람도 그러한 입장에 동조했다. 더군다나 그림 실력이 출중하지 않았던 사람이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작품을 만들고 그것을 대회에 출품하여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해 많은 사람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렇다면 이 경우 대상 작품에 대한 저작권은 누가 갖게 될 것인가. 현행 저작권법상 ‘창작’의 주체가 저작권을 갖기 때문에 창작의 주체가 누구인지 판단하는 것이 우선하여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창작과 관련해서는 ‘노력’과 ‘독창성’의 두 가지가 중요한 요소로 평가되어 왔다. 창작물에 대한 정당한 소유의 권리를 노력의 측면에서 언급한 로크(John Locke, 1632~1704)는 자연물에 노동이 들어간 결과물에 대한 소유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자연물에 자신의 노력이나 노동을 들여 무언가를 만들어 냈다면 그 결과물에 대한 권리를 온전히 인정하자는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로크의 명쾌한 소유권에 대한 설명은 예술 분야에서도 그 효력을 발휘했다.

그런데 관련 기술이 발달하게 되면서 소유권에 관한 논란이 야기되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사진 기술이다. 사진 기술이 등장하고 활용되면서 오랜 시간 동안 그린 그림이라 할지라도 사진보다 정확도에서 현격히 떨어지게 됐다. 그러자 많은 예술가가 더 이상 실제와 똑같이 그리려 하지 않게 되고, 소위 표현론적 예술관이 대두하게 되면서 예술작품에서 ‘독창성’의 여부가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게 됐다.

그 이후에도 기술의 발달은 소유권과 관련된 논쟁을 촉발했다. 디지털 기술이 만연하게 되면서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이 어렵게 된 것은 익히 알려진 현상이다. 프로그래머가 열심히 개발한 프로그램을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복사하여 소유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만일 유능한 해커가 복사방지 프로그램을 오랜 시간 동안 막대한 노력을 들여 해킹했다 하더라도 그 프로그램에 대한 소유권을 해커가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출품한 경우에도 출품작에 대해 누가 소유권 혹은 저작권을 가질지는 논란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세 가지 경우가 가능할 것인데 인공지능이 저작권을 갖거나,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제작자가 가질 수도 있고, 혹은 텍스트를 넣어 이미지를 제작하게 한 사람이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각 경우를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인공지능이 저작권을 갖는 것은 어떠할까. 현행법상 인공지능은 저작권을 가질 수 없다. 유럽연합에서 전자인격(electronic persons)을 인정하자는 주장도 했지만, 현재로서는 인공지능은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한다. 인공지능은 단순히 도구에 불과하며, 일반적으로는 그림을 그릴 때 사용되는 붓이나 물감에 저작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아무도 주장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에 저작권을 부여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 때문에 인공지능에 저작권을 부여하자는 주장은 훗날 더 발전된 인공지능이 등장하고 나름의 방안이 마련될 때나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알고리즘 제작자가 저작권을 갖는 것은 가능할까. 미술작품의 경우 붓을 만든 사람이나 물감을 만든 사람에게 저작권을 부여하자는 주장은 제기조차 되지 않는다. 그림을 그리는 재료들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도구이며 이는 모든 이에게 동일하게 공유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공지능 제작자의 경우에는 기존의 미술작품의 경우와 사뭇 다르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만들 때는 무수히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은 물론, 결과물인 작품은 인공지능이라는 도구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만일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러한 작품을 창작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창작에 이바지하는 바가 절대적이므로 이를 만든 사람의 저작권을 인정하자는 주장이 자연스럽게 제기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텍스트를 넣은 사람의 경우를 살펴보자. 이 경우 오랜 시간 동안 결과물을 얻기 위해 시간을 보내게 되므로 나름대로 노력의 요소가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설사 노력의 요소를 인정한다고 할지라도 독창성을 인정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은 결국 기존에 존재하는 이미지를 활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독창성의 요소가 포함된다고 보기도 한다. 예를 들어 현재 수준에서 위의 프로그램들을 활용하여 웹툰을 만드는 경우,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이미지들을 자신이 창작해 낸 이야기의 흐름에 맞춰 그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편집해 배치하게 될 것이고, 이 경우에는 웹툰 제작자의 독창성이 가미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제작자나 텍스트를 넣은 사람 모두에게 ‘일부’의 저작권을 인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술적 제도적인 보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참조한 이미지들의 저작권자가 갖는 저작권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저작재산권에 대해서는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할 것이고 저작인격권에 대해서는 출처를 밝혀야 한다. 인공지능으로 이미지를 제작할 때 참고한 이미지의 출처를 자동으로 표시하게 하는 등의 기술적 방식을 도입하여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된다면 인공지능으로 제작한 이미지가 참고한 특정 이미지들을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림을 감상하거나 구매하려는 사람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작권을 일부는 텍스트를 통해 이미지를 제작하도록 한 사람이 갖게 된다면 동시에 그에게도 책임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된다. 권리를 갖는다면 마땅히 그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따라서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이미지를 제작한 사람에게도 권리는 물론이거니와 책임을 지우게 하는 방안이 제도화된다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예술가나 웹툰 작가 중에서 텍스트를 통해 그림을 그려주는 인공지능의 등장을 환영하는 이도 있다. 실제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웹툰을 제작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현재 수준에서는 동일한 등장인물을 여러 장면에 등장시키고, 같은 느낌을 표현하게 하는 것이 아직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밑그림이나 삽화 같은 작업물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제작하고, 이를 인간이 필요에 따라 수정하게 된다면 많은 콘텐츠를 짧은 시간 안에 생산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부 건축가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소프트웨어들과 인공지능 기술을 함께 사용하여 더욱 복잡한 이미지를 구현하고 이를 건축 설계에 접목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식으로 그림을 그리는 인공지능과 인간과의 협업도 자연스럽게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인공지능과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대비하는 노력이 많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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