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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콘텐츠, 인간의 전유물인가?
  • 김태성 MBC플러스 제작센터장
  • 기사입력 2022.10.31 12:36
    • 김태성 MBC플러스 제작센터장
      ▲ 김태성 MBC플러스 제작센터장

      한류가 시작된 지 20여 년, 시간이 지나면 약해질 거라는 예상과 달리, 팬데믹까지 겪으며 오히려 그 영향력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콘텐츠 수출액은 136억 달러, 한화로 약 19조 원에 이른다. 드라마, 영화, 음악, 방송, 게임에 이르기까지 인기 콘텐츠와 스타 발굴이 이어지면서 산업 성장세는 유지되고 있고, 또한 그 위상 덕에 뷰티, 푸드, 가전과 같은 연관산업 외, 국가 경쟁력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K-콘텐츠, 특히 드라마의 성공 요인을 분석할 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주제의 보편성’이다. 어느 나라든 공통으로 내재한 사회적 공감 이슈를 잘 골라, 한국 특유의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콘텐츠로 사람들의 마음을 잡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무조건 많은 자원을 투입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그래서 콘텐츠를 만들기 전, 어떤 요소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충분히 갖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기획 단계다. 어떤 메시지를 담을지, 어떤 스토리텔링 구조를 가져갈지, 누구를 출연시킬지, 얼마나 큰 비용을 투입할지 등 전반적인 뼈대를 결정하는 시기가 바로 이때다.

      필자 또한 방송 제작에 몸담고 있다. 지금도, 현업 PD들과 새 프로그램을 상의할 때마다 기획의 중요성에 대해 매번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획 단계에는 제작진의 창의력과 통찰력, 경험을 바탕으로 수많은 회의와 자료조사를 거쳐 서로 논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이런 기획 단계에 요즘 변화가 감지된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

      영화기획 단계에서 흥행 여부를 예측하는 AI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과거에 흥행한 영화들의 빅데이터(Big Data) 패턴을 학습해서, 새로 만들어진 시나리오가 흥행할 수 있을지를 예측하는 것인데, 어떤 스토리텔링과 캐릭터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출연 배우의 적합성 여부, 심지어는 관객 유치가 얼마나 가능한지까지 알려준다. 미국에서는 시네리틱, 볼트, 파일럿 등의 <흥행 예측 시스템>이 이미 <워너브라더스>나 <디즈니> 영화 제작에 활용된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이런 시도가 일부 성과를 내는 측면도 있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술적 오류보다는 과거 데이터만으로 예측하는 것의 한계를 드러낸 결과라고 말한다. 즉, 미래의 시대적 환경변화나 관객 취향 등이 바뀔 수 있음을 고려하지 않은 데이터 오류 가능성을 지적하는 것이다. 또 다른 지적도 있다. 보통, 콘텐츠는 대중문화를 이끄는 선도적 역할을 하는데, 과거 데이터에만 초점을 둔 콘텐츠가 지나치게 양산될 경우, 그 자체가 갖는 문화 선도적 기능이 약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기획의 다음 단계는 제작이다. 여기서도 AI는 창작의 주체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AI가 소설을 쓰고, 음악을 작곡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한 미술대회에서 AI가 그린 그림이 1등을 차지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이어 논란이 일었는데, “인간의 창의성이 반영되지 않은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한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과 반대로 “새로운 예술 장르이고, 인간에게 새로운 영감을 선사한다”는 옹호 의견으로 나뉘었다.

      이처럼, AI 창작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견해차가 존재한다. 이 중, 가장 논란이 뜨거운 부분은 저작권 소유 문제다.

      지난해, 미국의 한 개발자가 우리나라 특허청에 자신이 만든 AI가 디자인한 제품을 특허출원 했는데, 결국 특허청에서는 이를 무효 처분하는 결정을 내렸다. 특허법에 따라 오직 사람만을 발명자로 인정하는 조항 때문이었다.

      음악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7월, AI가 작곡한 음악에 대해 <음악저작권협회>에서는 등록 이후 지급하던 저작권료의 지급을 중단한다고 저작권자에게 통보했는데, 협회 측은 “AI 창작물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그에 따른 조치였다”는 입장을 냈다. 관련 근거로 우리나라 저작권법상,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고 한 규정을 제시했다.

      이런 논란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심심찮게 보고된다. 대체로 AI 창작물을 인정하는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사람이 직접 창작한 저작물에 대해서만 저작권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AI 개발자>, <AI를 활용해 창작물을 만든 자>, <창작물을 만든 AI> 이들 모두, 지금 기준으로는 저작권을 소유할 수 있는 주체로 100% 인정될 수 없는 애매한 위치에 있다. 그렇다고, 이대로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다. AI 창작물은 소개한 것 외에도, 매일 새롭게 만들어지기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는 곧 문화발전의 역사이기도 하다. 문화를 만들어내는 주체가 인간이고, 그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 것 또한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그 주체에 AI가 개입되는 시대를 맞이했다. 이것을 인정하느냐 못하느냐의 결정이 어려운 이유는, 인간이 기획하고 만든 것만을 인정할 수 있다는 오래된 의식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과연, 콘텐츠는 인간만이 차지해야 하는 전유물일까?

      우리는 AI 또한 인간이 만들어낸 일종의 도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때문에, 그 도구를 활용해 문화적 산물을 만드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빠른 사회적 합의로, AI를 창작의 주체로 인정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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