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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라고 꼭 데이터 쌓아놔야 하나”… 카카오헬스케어의 自問
  • 김동원 기자
  • 기사입력 2023.03.02 16:35

    신개념 의료데이터 공유 방식 ‘테크브릿지’ 소개
    “활용 까다로운 국내 의료데이터 가치 창출 방안 될 것”

    •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는 “파트너인 의료기관, 연구기관, AI 기업들을 대상으로 데이터 공유와 활용을 지원하는 ‘테크 브릿지’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헬스케어
      ▲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는 “파트너인 의료기관, 연구기관, AI 기업들을 대상으로 데이터 공유와 활용을 지원하는 ‘테크 브릿지’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헬스케어

      “데이터 활용이 어렵다면 병원마다 인공지능(AI)을 설치하면 된다. 학습된 결괏값만 취합하면 개인정보 보안 등의 문제에서도 자유롭고, 병원마다 양식이 다른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카카오헬스케어가 활용이 지극히 어렵다는 의료데이터를 AI에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 해결책을 제시했다.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는 2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료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치료법을 발견하거나 신약 후보군 등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정보 불균형, 데이터 사이즈 부족 등 여러 문제가 있었다”며 “이 문제를 누군가는 해결해야 하는데 카카오헬스케어는 기술 기업으로서 할 수 있는 포지션이 있다고 생각해 해당 문제에 접근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 100조 원 규모인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4년 뒤인 2027년 700조 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건강 관련 서비스와 의료 IT 기술이 융합한 종합 의료서비스를 뜻한다. AI를 활용해 개인에게 발병할 수 있는 위험 질병을 예측하고 이를 예방하는 활동 등이다. 중요한 것은 정제된 데이터다. 환자 개인에 맞춘 의료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해선 그 사람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해서다.

      그러나 국내 의료데이터는 관련 산업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병원마다 데이터가 제각각이라 이를 연동하기 어려운 점, 의료데이터는 민감한 개인정보인 까닭에 한곳에서 집중 관리하기 어려운 점 등 여러 가지 현실적, 제도적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이 문제에 대해 새롭게 접근했다. “AI를 하려면 꼭 데이터를 쌓아놔야 할까?”라는 의문을 갖고 의료데이터에서 가치를 창출할 방법을 연구했다. 황 대표는 “파트너인 의료기관, 연구기관, AI 기업들을 대상으로 데이터 공유와 활용을 지원하는 ‘테크 브릿지(Tech Bridge)’ 역할을 수행할 방법을 찾았다”고 했다.

      ◇활용 까다로운 의료데이터, ‘연합학습’으로 처리

      카카오헬스케어가 의료데이터 사용을 위해 활용한 방법은 ‘연합학습’이다. 2021년 구글이 발표한 이 학습 방법은 모든 데이터를 서버로 모아 AI를 학습시키는 기존 방법과 달리, 사용자 기기에서 데이터를 처리해 모델을 강화하고 이 모델을 한곳에 모아 더 정교하게 만든 후 재배포하는 학습 방법이다. 각 기기에서 AI 학습을 하기 때문에 개인 데이터를 이동시키거나 노출할 필요가 없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이 학습 방식을 의료 분야에 응용했다. 필요한 알고리듬을 각 병원에 보내 자체적으로 학습을 한 후 그 결괏값만 받기로 했다. 병원에서의 데이터 반출 문제를 없애 보안 문제를 줄이고, 각기 다른 형태의 데이터를 공통된 항목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황 대표는 “데이터 반출이 없으므로 병원의 데이터 보안 문제는 기존 내부에서 데이터를 관리하는 방식과 별반 차이가 없어졌다”며 “현재 국내 대형병원을 대상으로 파일럿 프로젝트에 착수했으며, 2분기 내 대규모 병원 데이터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토대로 의료기관, 연구기관, 기업들을 대상으로 헬스케어 데이터 공유와 활용을 지원하는 역할을 카카오헬스케어가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장기적으로는 임상 연구 활성화, 의료 질 개선, 의료 기술 혁신 등 다양한 사회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했다.

    • 카카오헬스케어는 연합학습 등을 통해 데이터 반출 없는 안전한 연구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헬스케어
      ▲ 카카오헬스케어는 연합학습 등을 통해 데이터 반출 없는 안전한 연구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헬스케어

      ◇모바일 기반 혈당 관리 서비스, 4분기 상용화 목표

      황 대표는 이날 카카오헬스케어가 선보일 소비자 제품도 공개했다. 만성질환 중 하나인 당뇨에 초점을 맞춘 모바일 기반 혈당 관리 서비스다. 환자가 자신의 혈당 수치를 이해하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쉽게 이해하면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품이다.

      카카오헬스케어가 당뇨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글로벌 당뇨 환자가 5억 명을 넘어서고 혈당 관리가 필요한 당뇨 인구가 10억 명에 육박하는 상황이지만, 아직 혈당 관리 분야에서 명확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일례로 당뇨 환자들은 매일 3번씩 바늘로 손가락을 찌르며 혈당 수치를 확인하고 있는데, 매일 이 작업을 하려면 고통이 뒤따른다. 혈당 관리가 필요한 사람들은 매년 건강검진에서 혈당 관리를 하라는 조언을 받지만, 명확한 방법이 없어 올바른 관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연속혈당측정기(CGM)와 스마트폰을 활용했다. CGM은 1회 착용으로 최대 15일간 실시간으로 혈당 정보를 수집하는데 이 데이터에 사용자의 운동, 수면, 식사, 스트레스, 체지방, 근육량 등의 데이터를 더해 개인 맞춤 혈당 관리를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수면, 스트레스 등의 데이터는 각종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 기기 등으로 모아진다. 그날 식사한 데이터는 사진 한 장으로 입력할 수 있다. 촬영한 사진 속 음식들을 AI가 분석해 종류와 칼로리 등을 자동 입력해주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 제품을 3분기 베타테스트, 4분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황 대표는 “우리 기술은 개인 진료 서비스 외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도 있다”면서 “현재 국내에서 한 해간 발생하는 당뇨 진료비는 3조 원 규모이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사용되는 비용은 추정조차 불가한데, 이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헬스케어의 미션은 결국 기술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국민 보건 증진에 보탬이 되고, K 의료의 글로벌 진출을 이뤄내는 것에 기여하는 등 카카오의 일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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