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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활용 기대감 급증세… 챗GPT 활용 연구 콘테스트 개최 사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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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공지능(AI) 연구소 ‘오픈 AI’가 개발한 대화형 AI ‘챗(Chat)GPT’의 기세가 매섭다. 출시 두 달 만에 이용자 수가 1억 명을 돌파했으며,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1300만 명에 이른다. 이용자 수만 많은 것도 아니다. 1750억 개에 달하는 매개변수로 학습하는 초거대 AI ‘GPT-3.5’를 기반으로 제작돼, 글 작성 및 번역 등에서 특출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엔 ‘의학 분야’에서도 챗GPT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수많은 임상 데이터 정리 및 분석이 필요한 의학 연구에서 강력한 검색 및 자료 요약 능력을 지닌 챗GPT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면서다.
실제로 챗GPT를 의학 연구에 활용하려는 시도도 눈에 들어온다. 국제 의학 전문 학술지 ‘큐리우스(Cureus)’에서 이뤄지고 있다. 큐리우스는 지난달 30일 ‘챗GPT를 이용한 의학 논문 작성 콘테스트’를 개최했다. 콘테스트엔 챗GPT로 자료를 찾거나 연구 방향을 설정한 논문이 참여할 수 있으며, 챗GPT 관련 키워드가 최소 2~3개 포함돼야 한다.
콘테스트에 참여한 여러 연구팀 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미국 네브라스카대 메디컬센터 연구팀이다. 제프리 쿠퍼 응급의학과 교수가 이끄는 이 연구팀은 챗GPT의 도움을 받아 진행한 ‘고압 산소 치료(HBOT)’ 부작용 진단 연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고압 산소 치료(HBOT)는 대기압(1기압)을 2~3배 높인 다음, 100% 농도의 산소를 인체에 공급하는 치료법이다. 체내 조직에 산소 공급을 증가시켜, 조직 손상 및 염증반응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과도한 산소 공급으로 인해 호흡기 시스템, 심혈관, 중추 신경계에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당뇨병 환자의 경우, HBOT 치료 후 ‘급성 폐부종(APE)’ 합병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HBOT와 급성 폐부종 간 연관성에 대해 진행된 연구 결과는 많지 않다.
이에 제프리 쿠퍼 교수팀은 HBOT를 받은 후, 급성 폐부종이 발생한 54세 여성 당뇨병 환자의 사례를 분석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챗GPT가 이 환자와 유사한 당뇨병과 급성 폐부종 관련 연구 결과 자료를 대량 수집·요약하도록 지시했다. 그 다음, 챗GPT가 만들어준 자료를 토대로 HBOT와 급성 폐부종 간 연관성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당뇨병 환자에게 HBOT가 심인성 급성 폐부종의 원인인 승모판 역류를 유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다만 콘테스트에 참가한 연구진들 대부분은 챗GPT가 보조수단으론 훌륭하지만, 한계가 뚜렷하다고 입을 모았다. 자료 정리 및 분석, 요약에선 우수한 성능을 보여줬지만, 이를 활용한 추론 및 연구 진행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제프리 쿠퍼 교수는 “챗GPT는 의학 연구자들의 연구에 도움이 되는 귀중한 도구”라면서도 “현재 챗GPT의 기술력으론 연구자들에게 필수인 자료의 정확도 판단, 결과 도출, 논의 능력은 확실히 제한된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챗GPT의 특기인 ‘논문 작성’도 의학 분야에선 한계가 뚜렷이 드러났다. 콘테스트에 참가한 인도 벨가움 의학연구소 연구팀은 챗GPT로 논문을 작성하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과학 논문에서 가장 중요한 ‘객관적 데이터’ 활용 능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후천성면역결핍증(HIV) 환자의 전신 홍반 루푸스(SLE)의 진단법 연구’를 진행한 후,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챗GPT에게 연구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그 결과, 일반인들이 읽기 쉽게 정리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으나, 과학적 데이터를 제대로 표현하진 못했다.
벨가움 의학연구소 연구진은 “챗GPT로 작성한 논문은 겉보기엔 그럴싸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정확한 과학적 데이터 및 근거를 전혀 제공하지 못했다”며 “ 때문에 확실히 읽기는 쉽지만, 학문적 작문 요구사항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심지어 존재하지 않는 연구 결과를 인용문으로 추가하기도 했다”며 “챗GPT는 혁신적인 도구이지만 잘못된 정보가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의료 및 과학 연구분야에선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