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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AI와의 공존 위한 3가지 과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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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전성기가 도래했다. 2016년 이세돌 바둑기사를 이긴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딥러닝 시대를 알렸다면 최근 등장한 ‘챗GPT’는 AI를 검색엔진, 챗봇, 코딩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할 수 있다는 활용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실제로 챗GPT는 마치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것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해 출시 1주 만에 1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사용자 100만 명을 달성하기까지 넷플릭스는 3년 반, 페이스북이 10개월이 걸린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성과다.
챗GPT가 새로운 AI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높은 인기에 가려진 AI가 가진 문제점을 직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AI로 인한 기업 간 불평등, 알고리듬의 편향성, 규제 혁신 등의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14일 지능정보산업협회(AIIA)와 지능정보기술포럼(TTA ICT 표준화포럼 사업)이 공동 주최한 조찬포럼에서 “AI 시대 사용자들이 느끼는 불안과 소통 문제 등을 AI 공급사가 좌시해선 안 된다”며 “불균형, 편향성, 규제 등의 문제에 모두가 관심을 두고 문제 해결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제36회 사법시험 합격 후 정보통신부정보통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제1호 변호사로서 2년 가까이 정보통신기술(ICT) 정책과 규제 업무에 종사해온 IT 법조 전문가다. 지난해 일상에서 AI 기술과 인간이 공존하는 방법을 담은 ‘나는 인공지능을 변호한다’는 책을 출간한 바 있다.
◇AI 발전 속도만큼 커지는 양극화 문제
이 변호사는 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기업 간 자본으로 인한 불평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이 있는 AI 기업은 ‘초거대 AI’ 등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 중소기업, 스타트업과 기술 격차를 키우고 있고, 수요기업 역시 자본이 있는 기업만 고가의 AI 기술을 도입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챗GPT의 기반이 된 초거대 AI는 자본이 있는 빅테크 기업이 아니라면 도전하기 쉽지 않은 영역으로 꼽힌다. 구축 비용과 운영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LG AI연구원의 경우 초거대 멀티모달 AI인 ‘엑사원’을 개발하기 위해 컴퓨팅 인프라 구축 비용 등을 포함해 1조 원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한국어판 초거대AI ‘하이퍼클로바’를 개발하기 위해 128대 서버에서 총 1024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용했다. 엔비디아 A100이 1개에 약 3000만 원에 판매된다고 가정하면 GPU 구축에만 300억 원 이상을 투입한 셈이다. 일반 기업이 이미 개발된 초거대 AI를 사용한다 해도 클라우드나 서버 등에 들어갈 비용을 감당하긴 쉽지 않다. 자본에 의한 AI 양극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AI가 가져오는 혁신은 분명하지만, 자본에 의한 불평등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며 “과학기술 발전으로 인한 위험에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I 편향성의 1차 책임자는 기술 공급사
그는 AI 모델이 발전할수록 알고리듬의 편향성 문제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초거대 AI 등 최신 AI 모델은 학습하는 데이터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데이터 편향에 의한 잘못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그 사례로 신라시대 김유신 장군의 일화를 제시했다. 삼국통일의 주역이었던 김유신은 화랑시절 기생 ‘천관녀’와 교제하며 기생집에 자주 방문했다. 이에 모친이 방탕한 생활을 꾸짖었고 그는 다시는 기생집에 출입하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하지만 그가 술에 취해 말을 타고 집으러 오던 중, 말은 늘 가던 대로 기생집을 방문했다. 김유신은 자신의 결심이 깨진 걸 알고 말의 목을 베고 안장을 버린 채 집으로 돌아왔다.
이 변호사는 여기서 김유신이 AI 공급자인 사람이고, 말이 AI라고 설명했다. AI가 데이터를 학습해 결과물을 내는 것처럼, 김유신의 말은 그동안 기생집 경로를 학습한 AI라는 것이다. 그는 “김유신이 말의 목을 베었는데, 사실 그 말은 그동안 학습한 대로 경로를 찾아갔을 뿐 잘못한 것이 없다”며 “진정으로 잘못을 저지른 인물은 김유신”이라고 말했다. 이어 “AI가 잘못된 결과를 내는 것도 사실은 그 데이터를 학습시킨 사람”이라며 “AI 공급사는 기술을 만들어놓고 나머지는 사용자의 몫이라고 좌시하지 말고, 기술이 악용되거나 잘못된 결론을 내리는 것을 꾸준히 감시하고 고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혁신, 모두가 함께 만들어야”
끝으로 그는 국내 AI 산업이 미국, 중국 등 AI 선진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혁신’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선 법령과 규제를 파격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업무 매뉴얼을 정해놓고 이를 수행하라고 하면 업무 혁신을 이루기 어렵듯, 기존 법령이나 규제의 폭을 넓혀야 AI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AI에 관한 일반인의 인식도 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상영화 등에서 표현되는 AI의 나쁜 사례에 몰입해 현재 AI 기술을 오해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AI가 직업을 대체한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말고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동차가 처음 나올 때 마부들이 반대했고, 재봉틀이 나왔을 때 재단사가 거부감을 표했지만, 결론적으로 과거보다 직업이 많아지고 편의성도 높아진 점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AI 혁신은 일반인이 참여하고 생계를 유지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 때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모두가 AI 혁신에 동참해야 올바른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