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I View

“활주로 앞에 선 ‘메타버스’, 비상할 날개가 없다”
  • 김동원 기자
  • 기사입력 2023.01.09 15:35

    [THE_KAT_2023/Phase_One_②] ‘CES 2023’으로 보는 신기술
    회의론 딛고 부상 중인 메타버스 산업, HMD등 연결 기술 부족이 걸림돌

    • 인공지능(AI)는 이제 연구실을 넘어 산업으로,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은 이미 전 세계 첨단 기업의 기술 전시장이 된 지 오랩니다. ‘눈앞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정확한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인공지능 전문매체 더에이아이(THE AI)는 본지의 2023년 1/4분기 신년 기획 ‘THE KAT 2023’의 첫 번째(Phase One) 순서로 CES의 인공지능 관련 정보를 정리해 보는 시리즈 기획 기사를 마련했습니다. 총 6회에 걸쳐 진행될 이 기획에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편집자 주
    • 메타버스 산업이 플랫폼 증가로 비상을 앞두고 있지만 필수 장비와 운영 기술 부족으로 좀처럼 날아오르지 못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편집=김동원 기자
      ▲ 메타버스 산업이 플랫폼 증가로 비상을 앞두고 있지만 필수 장비와 운영 기술 부족으로 좀처럼 날아오르지 못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편집=김동원 기자

      전망이 어둡다고 평가됐던 메타버스 산업에 다시 불이 켜진 것이 감지된다.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로 불리는 ‘국제소비자전자제품박람회(CES) 2023’ 주최사인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올해 전시회에 ‘웹3.0·메타버스’ 주제를 신설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가상공간에 관한 관심과 수요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메타버스 산업에 회의론이 불거진 것과는 다른 결과였다. CTA 결정에 부응하듯 이번 전시회에서는 금융, 유통, IT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디지털트윈,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소프트웨어 기술과 콘텐츠를 선보였다. 다양한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 등 하드웨어 기술도 등장했다.

      하지만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비롯해 메타버스 세상과 현실을 연결할 다양한 필수 장비 및 그 운영 기술은 막상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사명까지 변경하며 메타버스를 핵심 사업으로 규정한 ‘메타(구 페이스북)’ 조차 정작 기술과 제품을 전시하지 않으면서 산업 회의론에 관한 우려는 수그러지게 하지 못했다.

      ◇신한·롯데가 CES를 찾은 이유

      메타버스는 코로나19로 주목받은 기술 중 하나다. 비대면 일상이 많아지면서 일종의 가상공간인 메타버스에서 업무를 보고 소통하며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하지만 메타버스의 인기에 비해 막상 성능이 따르지 못했다. 

      메타버스의 주요 활동 범위는 경제에 있다. 교육 사업부터 제조, 의료, 법 상담 등의 비즈니스 활동을 가상공간에서 진행해 성과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메타버스가 초반 높은 관심을 받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메타버스에서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며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목표로 제시됐다. 그런데 메타버스 기술인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확장현실(XR) 등은 어느 것이나 만족할만한 ‘연결성’이나 가상공간 내 ‘활동성’을 제공하지 못한다. 따라서 현재 메타버스는 비즈니스로는 활용도가 극히 적고 게임 등 제한적인 활용이 이뤄지고 있다. 

      메타버스 불씨는 이번 CES에서 다시 키워졌다. 금융, 유통 등의 기업은 현실의 또 다른 통로로 메타버스를 내세웠다. 현실과 가상공간을 어떻게 연결해 비즈니스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CES에서 메타버스 불씨를 키운 대표적 국내 금융기업은 신한은행이다. 국내 은행으로서는 처음으로 CES에 단독 부스로 참여해 메타버스 플랫폼 ‘시나몬’을 공개했다. 시나몬은 신한은행이 지난해 11월 자체 개발한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이곳에선 가상화폐인 ‘츄러스’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다. 시나몬 안에선 퀘스트를 완수하고 얻은 츄러스로 적금·청약·펀드·대출 등의 금융 활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플랫폼은 현실과 연결되지 않아 비즈니스 성과론 이어지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 플랫폼 안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놀거리에 불과했다.

      신한은행은 이 한계를 깨뜨리고 시나몬을 실제 금융 활동과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상에서의 활동을 실제 금융과 연계해 사용자들이 메타버스에서도 어렵지 않게 금융 활동을 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며 “우리는 외부 메타버스 플랫폼을 빌리지 않고 직접 플랫폼을 구축했기 때문에 실제와 가상 간 연결이 다른 은행사보다 자유로운 편”이라고 말했다.

    • 롯데정보통신은 CES 2023에서 메타버스 쇼핑몰을 선보였다. /롯데정보통신
      ▲ 롯데정보통신은 CES 2023에서 메타버스 쇼핑몰을 선보였다. /롯데정보통신

      유통사인 롯데정보통신도 메타버스의 비즈니스 가능성을 보여줬다. CES에서 10층 규모의 버추얼 롯데면세점 타워’를 전시한 후 관람객에게 새로운 메타버스 쇼핑을 체험할 수 있게 했다. 관람객은 손으로 작동할 수 있는 HMD 기기를 착용하고 쇼핑을 즐겼다. 자신의 아바타에 MCM, 아크메드라비, 메이크업포에버, 록시땅 등 브랜드의 상품을 시착하기도 했다.

      롯데정보통신이 이번 CES에서 선보인 메타버스 쇼핑몰은 시험 버전이다. 회사는 올해 말까지 메타버스에 10개 층 쇼핑몰을 완성해 공식 출시할 계획이다. 또 단순 놀거리가 아니라 고객들이 실제로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주문과 결제 기능을 탑재하고, 판매 상품도 주류, 액세서리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유통 기업과 메타버스

      금융과 유통 업체가 메타버스에 집중하는 이유는 사용자 편의성을 위해서다. 메타버스에서는 기존 온라인 금융 거래나 쇼핑에서 하지 못했던 경험을 할 수 있다. 온라인 금융 거래에서는 오프라인처럼 상담사와 자세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 고객은 금융 관련 의사결정을 할 때 은행 상담원의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고객 접점에서 설명이 어렵다. 황인철 우리은행 디지털전략그룹장은 지난 2월 LG AI연구원의 '엑스퍼트 AI 얼라이언스' 발족식에서 “금융 분야에서 진행되는 디지털 전환은 은행과 고객에게 많은 장점을 가져오지만, 아직 은행 직원이 갖고 있는 경험과 지식을 디지털 채널로 전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진정한 디지털 전환을 위해선 고객의 금융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타버스는 이러한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디지털 채널이다. 실제 은행원의 경험과 지식을 학습한 ‘AI 은행원’을 메타버스에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쇼핑의 가장 큰 한계는 직접 제품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옷이나 액세서리를 구매할 때 실제 자신에게 어울리는지 실착이 어렵다. 하지만 메타버스에서는 가능하다. 현재 롯데정보통신은 자신을 닮은 아바타에 실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이 기술은 자신의 사진에도 실착해볼 수 있다. 이미 AI 기반 가상피팅 서비스는 등장한 상태다. NHN클라우드와 국내 스타트업 에이클로젯은 구매하려는 옷을 자신의 사진에 가상 피팅해볼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사용자가 고른 옷이 어울리는 여부를 알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사진에 가상으로 의상을 입혀보는 기술이다. 사진에 어울릴 만한 옷을 함께 조합해 가장 적합한 옷을 찾을 수 있다. 해당 기능이 메타버스 쇼핑몰에 탑재되면 사용자는 온라인 쇼핑보다 더 실감적인 쇼핑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메타버스-현실세계 연결 기술은 보완 필요

      메타버스 상에서 운영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이미 실용화가 가능한 수준이다. 쇼핑몰이나 은행, 병원 등을 구축할 수 있는 기술은 이미 상용화 직전까지 개발됐다. 문제는 현실과 메타버스 세계를 연결하는 기술이다. 현실과 가상을 실감나게 연결하기 위해선 HMD나 센서 등의 기술개발이 뒷받침돼야 한다.

      우선 메타버스에서 시각을 담당하는 하드웨어 장비의 수준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HMD(VR 헤드셋 등)의 해상도가 인간의 눈의 분해 능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데다, 두 눈의 시점과 디스플레이를 정확히 일치시키지 못하는 등의 문제로 어지럼증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6월 미 경제 매치 비즈니스인사이더가 18명의 대학 직원이 주 5일 하루 8시간 동안 메타버스로 근무한 결과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피로와 불안감, 불편함을 호소했다. 18명 중 2명은 HMD를 끼고 일하다 멀미 현상이 심해 실험을 중도 포기했고, 나머지 참가자들은 평균적으로 눈 피로도가 48% 늘고 업무 불편도 42% 증가했다고 답했다.

    • 메타버스 세계와 현실을 연결하는 HMD는 어지럼증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메타버스 세계와 현실을 연결하는 HMD는 어지럼증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기업들은 해당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이 문제를 해결할 기술은 나오지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지난해 말 ‘홀로렌즈3’ 출시를 계획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이번 CES에서도 마찬가지였다. CES가 IT와 가전을 큰 주제로 하는 만큼 많은 디스플레이 기업이 참여하고 메타버스관을 신설하면서 해당 기술에 대한 소개가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이같은 문제를 완전히 극복한 사례는 보이지 않았다. 메타는 지난해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완전한 현실감을 제공하기 위해 차세대 가상현실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고 있다”고 직접 밝혀 기대를 모았으나 이번 CES에선 아예 전 시공간을 차리지도 않으면서 도리어 회의론을 키웠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완성한 기업들은 하드웨어 기기가 뒷받침되지 못하자 아예 소프트웨어로만 기술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틀고 있다. 롯데정보통신 측은 “고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HMD 기기 없이 가상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PC 버전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 가상공간을 연결한다는 메타버스의 궁극적인 목표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방식이라 하드웨어 기술개발에 속도가 붙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시각 이외의 또 다른 감각을 전달하는 기술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어 부족한 현장감을 보완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메타버스 세상에서 느낀 촉각, 후각 등도 체험할 수 있는 기술도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 ‘햅트X’는 CES에서 촉감을 구현할 수 있는 VR 장갑을 선보였다. 진동, 압력, 전기 자극, 온도변화 등 다양한 자극원을 활용해 실제 감각을 메타버스에서 느낄 수 있게 했다. 후각도 어느정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스타트업 ‘OVR테크놀로지’는 현실 세계의 후각을 메타버스에서 느낄 수 있는 웨어러블 장치 ‘아이온’을 전시했다. VR 장치에서 여러 향기를 뿜어내 가상에서도 현실과 같은 느낌을 받게 하는 장치다.

      CES에 참가한 한 국내 스타트업 대표는 “가상 속 세계를 현실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술의 동반 성장이 필요하다”며 “국내만 보아도 메타버스에서 다양한 상상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는데 이를 보여줄 하드웨어가 없어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직접 기기 개발까지 나서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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