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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대담]“AI 산업 커지려면 ‘슈퍼 사용자’ 많아져야”
  • 진행 전승민 편집국장
  •  정리 김동원 기자
  • 기사입력 2023.01.06 16:46

    국내 인공지능 선구자 김진형 KAIST 명예교수
    “한국 AI 연구 역량 높아, 산업 적용할 기반 필요”

    • 김진형 KAIST 명예교수(왼쪽)이 본지 전승민 편집국장(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동원 기자
      ▲ 김진형 KAIST 명예교수(왼쪽)이 본지 전승민 편집국장(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동원 기자

      인공지능(AI)이 친숙한 기술로 다가왔다. 2016년 알파고로 깊은 빙하기에서 탈출한 AI는 어느덧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기술로 발전했다. 텍스트를 입력하면 이에 맞는 그림을 그려주는 ‘이미지 생성 AI 모델’과 사람과 자연스러운 소통을 하는 ‘챗GPT’가 대표 사례다.

      그런데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AI 도구에 빠진 것이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다. 챗GPT도, 이미지 생성 AI 모델인 달리2나 미드저니도 모두 국산 기술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 두 AI 강대국의 승자독식에 가려진 한국 AI 산업의 어두운 그림자다. 그렇다면 한국이 확대된 AI 판에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맞춰야 할 퍼즐은 무엇일까.

      더에이아이(THE AI)는 신년을 맞아 한국 AI의 나아갈 방향을 조명해 보기 위해 한국 AI 학계의 ‘살아있는 역사’라 불리는 김진형 KAIST 명예교수와의 신년 대담을 4일 서울 KAIST 도곡동 캠퍼스에서 진행했다. 대담에는 본지 전승민 편집국장이 함께했다. 

      김 교수는 국내 1세대 소프트웨어(SW) 개발자이자 AI 연구 선구자다. 미국 UCLA에서 AI를 처음 접한 후 한국에 돌아와 1985년부터 2014년까지 KAIST 전산학과 AI연구실을 이끌며 AI 연구 최전선에 선 유능한 인재들을 키워냈다. 2014년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초대 소장을 역임하며 여러 소프트웨어 정책을 제안했고, 이해부터 2017년까지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 민간위원장으로서 공공데이터 전략을 수립했다. 최근에는 인천재능대 총장으로서 실용 중심의 AI 교육을 이끌며 대학 교육 변화의 가능성을 증명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인터뷰 내내 시종 “모든 국민이 변화된 사회를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전된 기술을 일부 기업과 사람이 아닌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기반을 마련하고 교육을 변화해야 진정으로 AI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1세대 AI 연구를 진행한 입장에서 현재 한국은 충분히 AI 연구를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AI 연구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고, 대학과 기업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가 연구에만 한정되지 않고 실용 단계에서의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AI의 진정한 가치는 실제 업무에서 최적화 작업을 통해 효율 향상을 이끄는 데 있다”며 “연구만큼 AI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도 많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이 AI 슈퍼 사용자가 돼야 한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진형 교수는 “AI의 진정한 가치는 실제 업무에서 최적화 작업을 통해 효율 향상을 이끄는 데 있다”고 말했다. /전승민 기자
      ▲ 김진형 교수는 “AI의 진정한 가치는 실제 업무에서 최적화 작업을 통해 효율 향상을 이끄는 데 있다”고 말했다. /전승민 기자

      - 연구자로서 활동하시던 때보다 기술 발전이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AI 논문을 보면 눈이 휘둥그레지는 경우가 많다. 정말 빠른 속도로 기술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상용화돼 재미있고 신기한 기술로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사람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챗GPT’부터 텍스트를 이해해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생성 AI’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기술을 사람들이 사용하면서 AI를 생소하지 않고 친숙한 기술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과거와 많이 다른 것 같다. 다만 아직 진정한 AI 상용화의 길은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 진정한 AI 상용화라면 어떤 것을 의미하나.

      “AI의 진정한 가치는 산업 적용에 있다. 흔히 최적화라고 얘기를 많이 하는데, 의사결정을 내리고 사업 효율을 높이는데 AI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공정에 AI를 적용해 공장 다운타임을 방지하거나 사무업무에 AI를 적용해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할 수 있다. 이미 이런 부분은 꽤 많은 성과가 나오고 있다. 이것이 현재로서 AI 사용의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 AI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산업 종사자나 직장인, 과학자, 학생 등이 ‘AI 슈퍼 사용자’가 돼야 한다. 최근 AI를 이용해 반도체를 설계하고 미사일을 만들고 불필요한 업무를 자동화하고 있다. 이들은 만들어진 AI 도구를 십분 활용할 줄 안다. AI는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곳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잘 만들어진 AI 도구를 잘 사용하는 것도 능력이다. 데이터 입력부터 머신러닝 모델 생성, 배포로 이어지는 머신러닝의 모든 과정을 자동화하는 ‘오토ML’과 같은 도구 등이다. 인천재능대 총장으로 근무할 당시 인텔과 ‘실무형 인재 양성 교육’을 한 적이 있다. 인텔에서 제공하는 샘플 데이터 등의 자료를 이용해 AI 모델을 개발하는 과제를 했었다. 이 과제에 참여한 제자들은 새로운 AI 모델을 만드는 방법을 배우지 않았다. 하지만 인텔에서 잘 만든 AI 개발 도구를 활용해 기존의 AI모델을 수정하여 주어진 AI 문제를 해결했다. 자신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인식하고,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필요한 모델을 확인 후 창의성을 더해 문제를 풀다 보니 좋은 성과가 나왔다. 이처럼 잘 만들어진 AI 도구를 필요에 맞춰 잘 사용할 줄 아는 슈퍼 사용자가 많아졌으면 한다.”

      - 국내에서 AI를 산업에 적용해 성과를 높인 사례가 있다면.

      “많은 기업이 AI를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중 특히 LG가 잘한다고 생각한다. LG는 2020년 그룹 차원에서 AI 연구 허브로 ‘LG AI연구원’을 설립했다. 처음에는 그저 기업 차원에서 만든 연구소거니 했는데 아니더라. LG는 AI연구원이 개발한 AI 기술을 각 계열사 산업에 적용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소재 발굴과 제조에 AI를 접목시켜 공정 최적화를 이루고 있다. 이외에도 금융, 교육, 출판, 유통 등 다양한 산업에 AI를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AI로 비즈니스 최적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AI로 그림을 그리는 것도 놀랍고 이러한 기술도 우리나라가 쫓아가야 하지만, 산업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에 매진해야 한다고 본다.”

      - 교육과 의료 분야에도 AI 사용이 많아지고 있다. 긍정적으로 본 사례가 있나.

      “뤼튼테크놀로지스나 투블럭에이아이와 같은 스타트업의 사업이 흥미롭다. 두 기업은 AI를 기반으로 글쓰기 훈련 모델을 만들어 교육에 접목시키고 있다. 사용자가 쓴 글을 평가하고 첨삭하고 심지어 문제를 내기까지 한다. 교육 분야에서 AI가 잘 사용된 예라고 생각한다.

      의료분야에서는 루닛이 눈에 띈다. 루닛은 최근 암 진단 결과가 나온 환자에게 이 소식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AI 기반으로 개발하고 있다. 진단을 받으러 온 사람에게 ‘암에 걸렸다’고 얘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환자의 심리상태에 부정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이러한 방법을 AI로 연구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 사실 AI를 비즈니스에 사용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기업도 많다.

      “그래서 이런 것을 도와주는 회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스템 통합(SI) 업체와 비슷한 회사들이 AI에도 생기기 시작했다. SI 업체는 정보 시스템 개발에 관해 상담하고 이에 맞춰 설계, 개발, 운용, 보수, 관리 등을 해준다. 삼성SDS, LG CNS 등이 이러한 역할을 했었다. AI도 이러한 업체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AI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할지 모를 때 이를 도와주는 업체들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업스테이지가 대표 기업이다. 그런데 기업들이 AI를 진정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이러한 업체들에 대한 대우가 달라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필요한 일을 대행해주는 업체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의 역할과 가치를 잘 이해해주지 않는 풍토가 있다. 바뀌어야 한다. 이러한 기업들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좋은 대우를 해야 AI 적용이 쉬워질 것이고 산업 전체가 성장할 수 있다.”

      - AI 사용에 있어 유의할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사용하는 AI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일례로 챗GPT가 말하는 것은 팩트가 아니다. 통계일 뿐이다. GPT-3는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를 만들어내지만 실상은 아니다. 통계를 분석해 가장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뿐이다. 사주나 타로를 보러 가면 그럴듯하게 말을 해서 사람들이 신뢰하게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따라서 챗GPT가 하는 말을 팩트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따라서는 안 된다. 이처럼 어떤 AI를 사용하든 그 모델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 김진형 교수는 “변화를 받아들이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원 기자
      ▲ 김진형 교수는 “변화를 받아들이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원 기자

      - AI 산업 발전을 위해선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어떤 점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AI는 이제 연구하는 영역을 벗어났다. 활용하는 시대가 왔다. 산업적 성과는 분명하다. 기술로 인해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모든 국민이 변화된 사회를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시급한 건 ‘교육의 변화’다. 특히 초, 중, 고 교육에 변화가 필요하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면서 아이들이 알아야 하는 정보도 많이 바뀌고 있는데, 교육은 정체돼 있다. 지금 우리나라 교육이 강조하는 수학을 예로 들어보자. 수학이 중요해진 건 산업혁명 이후부터다. 우리가 미적분을 배우기 시작한 건 아이작 뉴턴이 관련 이론을 개발하고 나서다. 이처럼 교육은 시대에 따라 변화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 그런데 교육은 그대로다. 우리 아이들이 IT, AI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 교육 변화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적으론 정체돼 있다.”

      - 교육 변화를 위해 필요한 점은 무엇인가.

      “어른부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정책 결정권자와 교사부터 교육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노력해야 한다. 물론 업무가 많아지는 등 불편한 부분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교육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아닌가. 지금 학생들이 배워야 할 부분이 무엇이고 어떤 것을 경험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행동에 옮겨야 할 필요가 있다.”

      - 그렇다면 초, 중, 고에서 어떤 교육을 하면 좋을까.

      “우선 재밌어야 한다. 교육 주관 부서와 교육 기관에서는 AI를 정말 재미있게 가르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과거에 정책 결정권자와 소프트웨어 교육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때 소프트웨어 교육을 수능에 적용할지에 관한 얘기가 오갔다. 나는 반대했다. 소프트웨어 교육이 수능으로 갈 경우 주입식 교육이 되고 이론만 마구 외워야 하는 교육이 될 수 있어서다. 그러면 학생들은 흥미를 잃게 된다. 이러한 주입식 교육이 아닌 학생들이 정말 재밌고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기 위해선 코딩을 통해 AI를 개발하는 것보단 잘 만들어진 AI 도구로 관심 분야에 맞는 모델을 만드는 교육이 적합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환경 문제에 관심이 높은 요즘, 학생들이 재활용 분류 AI 모델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AI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데이터를 주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만들어진 결과물을 보고 신기해하고 재밌어할 수 있다. 이러한 교육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또 코딩 등에 치우쳐 기초학력 교육을 등한시해선 안 된다. 커뮤니케이션 등 인문 교육도 강화돼야 한다. AI는 혼자 만들 수 없다. 협업과 소통이 필수다. 이는 AI뿐 아니라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다. 이러한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 김진형 교수는 “한국 AI 연구 능력은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김동원 기자
      ▲ 김진형 교수는 “한국 AI 연구 능력은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김동원 기자

      - 현재 한국 AI 연구 현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매우 긍정적이다. 정부 지원으로 국내 주요 대학교에 인공지능대학원이 설립됐고, 이곳에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권위 있는 글로벌 AI 학회에 교수와 연구자들이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지난해 글로벌 AI 학회에 1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고 한다. 매우 놀라운 성과다. 최근 젊은 교수들을 보면 AI 연구에 관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우리나라 AI 경쟁력이 2019년 8등, 2021년 5등이라는 자료를 본 후 너무 과한 것 아니냐고 얘기를 했더니 3위까지 무조건 갈 수 있다고 하더라. 이러한 성과가 연구에만 멈추지 않고 실제 산업에 많이 적용돼 AI 경쟁력이 계속 높아졌으면 좋겠다.”

      -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변화됐으면 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 기술력이 많이 발전했다. 방산 무기도 잘 만들고 우주에도 진출하고 있다. ‘하이 리서치(High Research)’를 넘어서 ‘하이테크(High Tech)’ 분야에서 높은 수준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하이테크에서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의 역할이 별로 없다. 과거에는 출연연이 하이테크의 상징이었는데 그 역할이 상실되는 분위기다. AI와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다. 무기를 만들 때 내부에 탑재되는 컨트롤러 등은 모두 소프트웨어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기술을 만드는 데 있어 출연연 역할이 적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출연연 내부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다. 내부 인력이 좋은 연구를 하고 성과를 낼 수 있게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연구원들에 대한 대우가 좋아져야 하고 이들이 기업 등으로 자유롭게 순환되며 연구를 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

      - AI 분야에서 출연연에 기대하는 역할이 있다면.

      “오픈AI는 개발한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전방위적인 AI 발전을 추구한다.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AI로 인류에게 이익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회사다. 출연연도 이러한 역할을 하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지적재산권을 통한 수익문제도 있을 수 있고 내부 노동문제도 있다. 비단 출연연이 아니라 오픈AI와 같은 사업모델은 주식회사 형태로더라도 국내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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