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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위드 코로나 속 공연예술, 그리고 메타버스

[칼럼] 위드 코로나 속 공연예술, 그리고 메타버스

  • 기자명 황서이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 입력 2023.01.0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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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2022년 4월 18일,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5월 2일 마스크 착용 의무가 일정 부분 완화되면서, 일상으로의 회복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문화예술계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여 대면이 가능한 오프라인 무대들이 재가동되고 있다. 위드 코로나를 넘어 포스트 코로나를 기다리고 있는 시기적 흐름에 맞춰, 비대면 시대 공연예술의 새로운 돌파구였던 메타버스 공연과 관련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서의 가능성을 논의하고자 한다.

메타버스는 새로운 방식으로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이자 현실에서 불가능한 세계에 도달하게 해주고, 직접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자유를 주기도 한다. 궁극적으로 내가 그곳에 존재한다는 실재감(Presence)을 느끼게 해주면서, 새로운 형태의 문화이자 매체로 진화하는 중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디지털 공간인 메타버스는 물리적인 세계와 가상 세계를 융합하고 연결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관계를 맺을 수 있게 해주었다.

공연예술은 오랜 역사 동안 ‘현장감’과 ‘관객 경험’을 본질적 가치로 여겨왔다. 즉, 배우의 예술이자 관객과의 호흡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공연을 가상화하기 위해서는 배우의 존재감과 아우라 그리고 관객과의 호흡을 옮길 수 있어야 하는데, 오프라인 공간의 현장성과 관객의 경험을 가상의 공간에서 완벽히 구현해 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대한 대안책으로  실험적인 공연들이 진화 중이고, 타 장르와 결합한 형태의 무용이나 이머시브 시어터(Immersive Theater, 관객 참여형 연극), 게임과 공연이 융합된 장르 등이 메타버스 공연으로 시도되고 있다.

초기 공연예술과 메타버스의 만남은 소위 ‘메타버스 콘서트’ 형태로 진행됐다. 음악 레이블과 협약을 맺고 공연을 여는 포트나이트(Fortnite), 로블록스(Roblox), 웨이브(wave.watch) 등을 통해 대중음악을 중심으로 상시화 됐다. 잘 알려진 ‘포트나이트’에서의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과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공연이 대표적이며, ‘로블록스’ 게임에서 열렸던 ‘릴 나스X(LIL NAS X)’, ‘로열 블러드(Royal Blood)’, 트웬티 원 파일럿츠(Twenty One Pilots)’ 등의 콘서트가 있다. 그리고 '웨이브'에서는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와 ‘더 위켄드(The Weeknd)’ 등 아바타화 된 CG 캐릭터의 모습으로 등장해 공연을 시도했다.

메타버스와 공연예술이 만나면서, 새로운 형태와 장르로 진화 및 발전하고 있다. 코로나의 여파로 축제 현장도 꾸준히 메타버스에서 이루어졌다. 오프라인 축제가 돌아왔어도 하이브리드 형태를 통해 그 경험은 이어지고 있다. 2022년 4월, 미국 코첼라 밸리에서 열린 최대 규모의 야외 음악 페스티벌 ‘코첼라(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는 ‘코첼라버스(Coachellaverse)’라는 이름으로 ‘포트나이트’를 통해 현장과 집에서 축제를 다르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VR 챗(VR chat), 메타(Meta), 이프랜드(ifland) 등 VR, XR 기반 소셜 플랫폼에서는 가상 연극, 가상 뮤지컬, 가상 무용 등의 공연 등이 시도되고 있다. 현재, 메타버스를 활용한 공연예술은 ‘Social VR immersive theater’의 유형으로 발전하고 있고, 이는 가상현실에서 배우와 관객이 아바타로 만나 실시간 상호작용을 하며 극을 이끌어가는 콘텐츠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점차 다채로워지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다.

해외에서 시도된 메타버스와 공연예술의 융합 관련 사례를 살펴보면, 관객이 제우스와 헤라가 되어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공연 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는 <Finding Pandora X>, 관객이 해리성 정체성 장애를 앓고 있는 소년으로 공연에 참여하는 형식인 <Welcome to Respite> 등이 있고, 티켓이 매진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명성황후 관련 스토리를 담은 <잃어버린 얼굴 1895>가 이프랜드(ifland)에서 메타버스 뮤지컬로 시도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융합예술센터 아트앤테크놀로지랩에서 제작한 <허수아비 VRC (Scarecrow VRC)>는 허수아비(호스트, 배우)와 힐러(보조, 배우), 그리고 전 세계에서 접속한 유저 2명(관객)이 동시에 가상현실에 모여 힘을 합쳐 엔딩을 향해 나아가는 실시간 인터랙티브 공연으로, 제28회 영국 레인댄스 영화제에서 ‘Spirit of Raindance: Best Immersive Experience of the Festival’을 수상했다.

메타버스 공연은 새로움과 신선함으로 비대면 시대 공연예술의 새로운 돌파구가 됐다. 하지만 공연예술의 본질을 생각한다면, 기술적인 한계로 공연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도 기술은 늘 끊임없이 진보했고, 예술은 이를 수용하며 경계를 확장했다. 분야를 망라하고, 새로운 예술 매체가 그 가능성을 발현하는데 여러 세대를 거치기도 하고, 일상화된 문화로 받아들이는 데까지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 다시 오프라인 무대가 살아나면서, 비대면 시대의 대체재를 넘어 보완재로서의 메타버스 공연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다. 새롭게 변화된 시대 안에서 기술과 예술이 만나, 메타버스 콘서트가 음악 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했듯이, 메타버스 공연은 단순히 배우들만 하는 게 아니라 참여하는 관객들과 이용자들도 극의 일원이 되게 하는 체험을 통해 새로운 공연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메타버스 공연은 이용자들과 관객들이 직접 만들어간다는 메타버스의 순기능이 발현될 수 있을 때, 오프라인 공연과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예술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역과 인종을 뛰어넘어 전 세계로 확장된 관객을 만나기 위해, 관객의 몰입 경험을 어떻게 시도해야 하는지, 공연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텔링과 세계관을 어떻게 새로운 예술적 경험으로, 무대로 펼쳐낼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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