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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메타버스에서 발생하는 성범죄, 예방 가능할까

[칼럼] 메타버스에서 발생하는 성범죄, 예방 가능할까

  • 기자명 이근옥 법무법인 원 인공지능대응팀 변호사
  • 입력 2022.11.2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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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연재 칼럼, 법과 AI ⑤

이근옥 법무법인 원 인공지능대응팀 변호사 /법무법인 원

인공지능(AI) 전문매체 THE AI는 국내 최고 수준의 AI 전문 대응팀을 운영하고 있는 법무법인 '원'과 공동으로, AI에 대한 다양한 법률 전문가 시각을 다뤄보는 ‘특별 연재 칼럼, 법과 AI'를 기획했습니다. 현재 법 체계와 발전하고 있는 AI 사이에서 볼 수 있는 시각차, AI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 편집자 주

메타버스가 소통 창구를 넘어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사람은 메타버스에서 아바타로서 단순히 움직이고 게임을 하는 것을 넘어 실제 생활과 직결되는 사회적, 경제적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와 ‘호라이즌 월드’에서 아바타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아바타가 성적 불쾌감을 느끼기라도 한단 말일까? 그렇다. 정확히는 아바타로 표상화된 인간이 자신의 아바타가 성폭력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 성적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가상현실(VR) 기술과 결합된 메타버스의 경우 이용자가 성적 불쾌감을 느낄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메타버스에서의 성폭력은 언어적 성폭력과 아바타 신체에 대한 추행으로 분류할 수 있다. 언어적 성폭력 중 ‘성적 불쾌감을 일으키는 메시지를 전송하는 행위’는 인터넷 게시판, 온라인 게임, 스마트폰 어플 등 기존 통신매체에서 널리 행해져 왔던 범죄 행위로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 또한 온라인에서 아동청소년들을 성적 착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적 혐오감을 유발하는 대화를 반복적으로 하거나 성적 행위를 유인하는 행위는 ‘온라인 그루밍’으로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5조의2(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착취 목적 대화 등)를 적용할 수 있다. 

‘십대여성인권센터’가 모니터링한 바에 의하면, 메타버스 내 아바타 아이템을 구매하고자 하는 아동·청소년들에게 아이템을 선물하면서 신뢰 관계를 형성한 뒤 성적 행위를 지시하는 데에까지 나아간 ‘온라인 그루밍’ 행위가 발견됐다고 한다. 온라인 그루밍은 랜덤채팅 어플이나 SNS에서 이전부터 행해져 온 사이버 성폭력으로서 메타버스 어플에서 새롭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새롭게 등장한 메타버스 성폭력 유형은 아바타의 신체에 대한 추행, 스토킹 등 ‘아바타’를 대상으로 한 행위다. 특히 VR을 착용하면 가상 현실에서의 생리적, 심리적 반응이 현실에서 겪은 것과 유사하므로 아바타가 성추행을 당해도 실제 사용자가 추행으로 인한 성적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다. 최근 검찰 내 ‘AI 블록체인 커뮤니티’의 검사들이 VR 메타버스 플랫폼 ‘세컨드라이프’에 접속하여 실험을 했을 때도 동일한 분석 결과가 나왔다.

아바타 신체에 대한 추행 행위를 직접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메시지를 전송한 행위가 포함되었다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성립할 수 있을 뿐이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으나, 아바타의 모습만 보면 해당 이용자가 ‘성인’인지 아동·청소년인지 분간하기 어렵기 때문에 위 죄명을 적용해서 처벌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메타버스 내 아바타가 다른 아바타를 계속 따라다님으로써 불안감, 공포심을 조성한 경우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 상의 ‘온라인 스토킹’(법 제2조 제1항 다목)규정을 적용할 수 있지만, 위 규정을 적용하여 아바타 스토킹을 처벌한 사례는 아직 없다.

메타버스는 특히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결합하여 Z세대를 중심으로 유입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10대 청소년이 많은 점을 악용한 아동·청소년 대상 메타버스 내 성폭력 피해 사례도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으나 현행법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당장 ‘범죄’로 규율할 수 없다고 하여도 성적 불쾌감, 혐오감을 일으킬 수 있는 행위는 예방하고 규제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메타버스 기업의 자율적인 규제와 이용자들의 윤리의식이 중요하다. 메타버스 기업은 자율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아바타 간 거리두기’ 기능처럼 기술적인 방법으로 메타버스에서 성폭력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용자가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는 계정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실효성 있는 규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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