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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봇, 취업하다③] 산업 로봇의 근본 ‘고정형 로봇’
  • 박설민 기자
  • 기사입력 2022.11.18 17:21

    안정성·실용성 갖춰 다양한 형태 공장에서 각광
    인공지능·로봇손 기술 탑재로 업무능력 향상 대폭 기대

    •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컴퓨터 속 가상공간에만 머물던 AI가 ‘로봇’에 탑재되기 시작하면서입니다. 하지만 AI로봇이 새로운 역할을 맡아 우리를 도와주는 ‘동료’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만만치 않습니다. 더에이아이(THE AI)에서는 우리의 새로운 동료가 될 AI 로봇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게 될지 3회에 걸쳐 알아보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 편집자 주

    • /그래픽=THE AI
      ▲ /그래픽=THE AI

      인간이 로봇을 만드는 근본적 이유는 ‘안정적인 노동력 확보’다. ‘로봇(Robot)’이라는 단어 자체도 체코어 ‘로보타(Robota)’에서 나온 것으로, 허드렛일’ 또는 ‘일꾼’을 의미한다.

      이 관점에서만 본다면 가장 근본에 가까운 로봇은 ‘고정형 로봇’이라 볼 수 있다. 고정형 로봇은 ‘로봇 팔’ 등이 작업용 테이블이나 천장, 벽 등에 부착된 형태다.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로봇이나 바퀴형 로봇, 비행 로봇처럼 자유롭게 이동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단순 반복 작업부터 집안일, 초미세 공정에 이르기까지 가장 많은 분야에서 인간의 뛰어난 조수로 활약 중이다.

      ◇안정·실용성 모두 갖춰… 가장 많이 쓰이는 건 ‘다관절 로봇’

      고정형 로봇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는 ‘생산 분야’다.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거의 모든 제조업 현장에서는 고정형 로봇이 사용되고 있다. 가장 먼저 산업현장에 투입된 로봇도 고정형 로봇이었다. 최초의 산업용 고정형 로봇은 1961년 미국의 자동차 회사 ‘포드(Ford)’사가 개발한 ‘얼티메이트’다. 자동차 부품 조립을 담당했다.

      산업현장에서 고정형 로봇이 환영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수한 실용성 때문이다. 고정형 로봇은 이동장치나 전력 공급용 배터리를 탑재할 ‘몸통’을 따로 제작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공간을 적게 차지하고 제작비용도 적다. 한 곳에 튼튼히 고정돼 있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아 매우 정교한 작업도 수행할 수 있다. 실제로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등 초미세 공정과 척추·뇌혈관 수술용으로 개발된 로봇은 모두 고정형 타입의 로봇이다.

      황동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능로봇연구단 책임연구원은 “고정형 로봇은 몸체 자체가 바닥이나 벽, 천장 등 공간에 고정돼 있어 안정감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며 “전력 공급도 이동형 로봇에 비해 편리하기 때문에 제조업 현장에서 높은 효율을 보인다”고 말했다.

    • 현대건설이 공사 현장에 사용 중인 ‘산업용 다관절 로봇’/ 현대건설
      ▲ 현대건설이 공사 현장에 사용 중인 ‘산업용 다관절 로봇’/ 현대건설

      산업현장에서 쓰이는 여러 고정형 로봇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타입은 ‘다관절 로봇’이다. 다관절 로봇은 동작 기구(로봇 팔)이 3개 이상의 관절로 구성된 로봇이다. 우리가 흔히 ‘공장로봇’하면 떠오르는 로봇이 바로 다관절 로봇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다관절로봇이 자동차 등 산업현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9%에 달한다.

      다관절 로봇이 고정형 로봇 중 가장 많이 활용되는 이유는 넓은 ‘작업 범위’ 때문이다. 고정형 로봇을 구동 방식으로 나누면 △직각형 △원통형 △구형 △다관절형의 4가지로 나뉜다. 이때 ‘직각형’은 직선 운동만을, ‘원통형’은 몸체를 축으로 회전 및 직선 운동밖에 하지 못한다. 그나마 팔이 전후로 움직이는 ‘구형’의 경우엔 상하·좌우의 회전 운동을 하는 것이 한계다. 반면 다관절 로봇은 여러 개의 관절을 이용해 상하·좌우는 물론 직선·회전 운동 등을 복합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때문에 작업 현장에서 여러 가지 작업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황동현 연구원은 “관절 개수가 적은 고정형 로봇의 경우 제한된 구역에서 한정된 작업만 가능하다”며 “반면 다관절 로봇은 더 넓은 작업 범위에서 사람의 팔처럼 여러 가지 응용 작업을 하는 것이 가능해 로봇의 실용성을 크게 높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 플랫폼 전문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이정호 대표는 “다관절 로봇이 산업현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고정형 로봇 중 가장 유연한 동작을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곧 여러 어플리케이션(작업)에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 본의 로봇 기술 기업 ‘화낙(FANUC)’이 개발한 AI기반 고정형 로봇/ FANUC
      ▲ 본의 로봇 기술 기업 ‘화낙(FANUC)’이 개발한 AI기반 고정형 로봇/ FANUC

      ◇‘인공지능’과 ‘로봇 손’ 더해지며 업무 능력 대폭 향상

      4차 산업혁명 이후 ‘스마트팩토리’가 떠오르면서 고정형 로봇에 ‘인공지능(AI)’를 탑재하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작업 환경을 AI로 분석하면 좀 더 정교한 작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 동작 감지 및 제어 AI를 적용하면 함께 일하는 인간 노동자의 안전 확보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고정형 로봇에 AI를 적용한 대표적 사례는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 ‘아마존’에서 개발한 ‘스패로우(Sparrow)’다. 창고 정리용 로봇인 스패로우에 탑재된 AI는 수백만 개의 물품 항목을 인식·선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스패로우는 이 AI의 도움을 받아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포장하기 전, 상품을 분석한다. 그다음 불량을 찾아내거나 포장·분류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고정형 로봇의 고질적 약점인 ‘집단 정지’문제 해결에도 AI가 도움을 주고 있다. 고정형 로봇은 작업 장 내에서 ‘필드(FIELD)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다. 평상시엔 여려 대의 로봇이 동시에 일을 하기 때문에 매우 높은 협동 효율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중 1대만 고장 나도 작업 순서 전체가 꼬여, 모든 로봇을 정지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이때 로봇 제어용 AI를 적용하면 1대가 고장 나도 나머지 로봇들은 스스로 변경해 작업을 지속할 수 있다.

      AI로 집단 정지 문제를 해결한 곳은 일본의 로봇 기술 기업 ‘화낙(FANUC)’이다. 지난 2019년 화낙은 로봇에 AI를 적용한 ‘완전 무인 공정’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 100대의 고정형 로봇 중 1대가 고장 나더라도, 나머지 99대가 작업하는 게 가능하다. 화낙은 이 시스템으로 약 720시간 동안 사람 없이 공장을 가동하는데 성공했다.

    • 배지훈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융합기술연구소 로봇부문장팀이 개발한 세 손가락의 로봇 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 배지훈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융합기술연구소 로봇부문장팀이 개발한 세 손가락의 로봇 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 손’ 기술의 빠른 발전도 고정형 로봇 성능 향상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 팩토리가 확산되면서 사람과 공동으로 작업할 수 있는 ‘협동로봇(Co-robot)’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다. 즉,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로봇도 같이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사람의 손처럼 정교한 작업이 가능한 로봇 손을 고정형 로봇에 탑재할 필요가 있다.

      관련 연구를 선도하는 곳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이다. 배지훈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융합기술연구소 로봇부문장팀은 지난 2020년 사람의 손동작을 모방해 물체를 조립할 수 있는 로봇 손을 개발했다. 고정형 로봇에 연결된 이 로봇 손은 간격 차이가 0.1㎜에 불과한 구멍에도 정확히 부품을 끼워 넣을 수 있다. 작업 시간도 하나의 부품을 조립하는데 3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또 이 로봇에는 작업 위치와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 맵(AI-Map)’이 구축돼, 고정형 로봇이 손과 팔의 자세를 스스로 보정할 수 있다.

      배지훈 부문장은 “예전엔 고정형 로봇이 단순히 팔만 움직여 조립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많이 했는데, 이젠 점점 더 복잡한 작업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고도의 로봇 손 기술 개발도 중요해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엔 딥러닝이 적용된 차세대 로봇 손 기술도 개발 중”이라며 “고정형 로봇뿐만 아니라 이동형 로봇 등에도 탑재가 가능해 여러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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