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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거대AI는 비싸다고? 우리는 ‘특화AI’가 있다”

“초거대AI는 비싸다고? 우리는 ‘특화AI’가 있다”

  • 기자명 김동원 기자
  • 입력 2022.10.1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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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규모 인공지능 기업의 생존전략… 솔트룩스·올거나이즈·무하유 등 국내기업 선전

초거대 AI에 맞서 중소기업은 ‘특화 AI’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셔터스톡

초거대 AI는 다른 언어처리 인공 신경망과 비교해 훨씬 큰 규모의 신경망을 기반으로 한다. 이를 토대로 문장을 생성하고 인간과 대화한다. 심지어 다른 AI 개발에 필요한 코드를 자동으로 완성하기까지 한다. AI전문기업 래블업의 신정규 대표는 “초거대 AI는 기존에 풀지 못한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수 있다”면서 “예를 들어 신약 개발 분야에서는 단백질 폴딩 관련 20년 치 진보를 3개월 만에 이뤘다”고 말했다.

하지만 초거대 AI는 대기업이 아니라면 도전하기 쉽지 않은 영역이다. 엄청난 구축 비용 때문이다. 많게는 조 단위의 자산이 투입된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대기업은 초거대 AI 모델 기반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서비스를 지원하는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저작권 데이터 문제 등으로 활용도는 높지 않은 실정이다. 이현규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인공지능 사업단장은 “네이버와 LG 등 각 기업에서 훈련 시킨 데이터는 저작권 이슈가 있어 민간 기업이 활용하는데 제약이 있다”면서 “네이버가 정부와 함께 초거대 AI를 사용할 수 있는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참여율이 적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시장은 냉정하다. 소비자들은 이런 사정과 관계없이 ‘더 나은 서비스’를 찾는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초거대 AI에 어떻게 맞서는 방법은 없을까. 해법은 있다. 특정 분야에 초점을 맞추면서 상대적으로 규모를 줄인 ‘특화 AI’로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대기업이 초거대 AI로 모든 분야에 관여하고자 한다면 중소기업은 한 분야를 특출나게 잘하는 ‘전문성’을 무기로 시장 경쟁력을 키우는 중이다.

◇다목적 활용이 목적인 초거대 AI에 맞서 ‘전문성’ 무기로 들다

전문화에 특화한 AI는 한 가지 분야를 잘하는 AI를 뜻한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직업과 비슷하다. 의사, 판사, 요리사, 운동선수, 가수 등 사람이 가진 직업은 다양하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잘하는 사람은 없다.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자신이 못하는 분야는 잘하는 사람과 협력해 해결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추구하는 AI 마찬가지로 특수 분야를 AI 모델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범용적인 서비스를 목표로 하는 초거대 AI와 달리 특정 분야에 특화된 데이터를 깊이 학습해 전문 분야에 사용할 수 있다. 

챗봇을 예로 들면 초거대 AI는 통해 직업,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사용자를 대상으로 얘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용자에게 더 많은 대화를 이끌어내고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화된 AI는 다르다. 특정 분야에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빠르게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AI 업무파트너 챗봇을 제공하는 올거나이즈의 이창수 대표는 초거대 AI는 일반 대중을 위한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서비스라면 자사 서비스는 기업의 업무자동화를 위한 B2B(기업간 거래)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라고 밝혔다. B2B 서비스인 만큼 초거대 AI보단 업무 자동화에 특정화된 AI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올거나이즈는 B2B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AI 챗봇을 한국, 미국, 일본에 공급하고 있다. /올거나이즈

그는 “초거대 AI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한 만큼 사람과 모든 분야에 걸쳐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B2C 서비스로 진행하는 것이 맞지만 B2B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B2B는 각각의 기업마다 요구하는 서비스가 다르기 때문에 여기에 특화된 전문적인 AI를 공급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비용 문제에 있다. 초거대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한 후 그다음 학습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많은 컴퓨터 인프라를 사용하므로 데이터 학습에 큰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에 공급하는 AI 모델은 지속적인 추가 학습이 필요하다. 고객사 규모나 서비스가 계속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초거대 AI는 수능처럼 평생 한 번 보는 중요한 시험을 위해 최대한 많은 공부를 한 후 다음부턴 이 지식을 계속 사용하는 모델”이라며 “추가 학습을 하려면 또 다른 중요한 시험을 보듯 최대한 많은 양의 공부를 해야 해 유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B2B 서비스는 고객별로 모델 버전이 다르고 고객사마다 필요로 하는 내용이 다르므로 초거대 AI는 운영 유지보수에 한계가 있어 우리는 이와 달리 각 기업에 특화된 AI를 개발·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솔트룩스도 같은 의견을 냈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6월 22일 개최한 ‘솔트룩스 AI 컨퍼런스(SAC 2022)’에서 “최근 AI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초거대 AI가 한 방향이라면 다른 방향을 전문화된 AI”라고 말했다. 이어 “초거대 AI처럼 엄청난 데이터를 학습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사람들은 계속 뇌가 커지는 방향으로 진화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하지만 인간이 선택한 진화는 작아지는 뇌로 전문화하면서 협력하는 것으로 발전해왔고 우리도 이와 같은 AI 모델을 개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문 영역에선 초거대 AI보다 성능 뛰어나

전문화된 AI는 해당 분야를 깊이 연구한 만큼 초거대 AI보다 해당 분야에서 만큼은 높은 성능을 낸다. AI 자기소개서 평가 서비스 ‘프리즘’과 대화형 AI 면접 서비스 ‘몬스터’를 제공하고 있는 무하유는 인적자원(HR) 분야에서 초거대 AI 정확도를 뛰어넘었다. 실제로 AI 면접 서비스 몬스터는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를 통해 정확도를 높인 AI 음성기록 서비스 ‘클로바 노트’보다 높은 정확도로 자기소개 음성을 기록했다.

무하유의 AI 면접 서비스는 HR 분야에서 초거대 AI보다 높은 음성 인식 정확도를 기록했다. /무하유

두 가지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같은 자기소개 관련 문장을 읽었을 때 무하유는 100% 정확도로 음성을 기록한 반면 클로바 노트는 90% 수준으로 음성을 기록했다. 이 차이는 데이터 학습에서 나온다. 무하유는 자기소개서와 같은 인력 채용 분야 데이터를 전문으로 학습했다. 하지만 클로바 노트는 뉴스 등 한국어에 관한 모든 데이터를 학습했다. 따라서 클로바 노트는 뉴스, 회의, 강연, 인터뷰 등 모든 영역의 음성을 높은 정확도로 기록할 수 있지만 한 가지 분야에 특화된 서비스보단 낮은 정확도를 기록한 것이다.

신동호 무하유 대표는 “AI는 사람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한정된 분야에 특정된 것”이라면서 “알파고가 바둑에서 높은 실력을 보였지만 다른 분야에선 경쟁력이 없었던 것이 그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은 초거대 AI를 통해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와 달리 범위를 상당히 좁혀서 특화된 서비스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AI 음성기록 솔루션을 공급하는 또 다른 중소기업 셀바스AI도 상황은 비슷하다. 셀바스AI는 AI 음성기록 솔루션 ‘셀비 노트’를 개발, 아동학대 조사기관이나 스마트 선박 운행사에 공급하고 있다. 이항섭 셀바스AI는 “우리는 초거대 AI와 달리 우리만의 엔진을 갖고 특정한 도메인에 맞춰 특화시키는 방향으로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면서 “결국은 데이터 싸움인데 어느 도메인에서 정말 필요한 실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경찰청 등에서 이뤄지는 아동학대 상담과 스마트 선박의 교신 내용 등 특화된 분야에 맞춰 기술을 향상하고 있다”며 “네이버가 들어오지 못하는 분야에서 가치를 창출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이버의 클로바 노트가 대중에게 서비스된다면 셀비 노트는 아동학대, 선박 운항 등에 집중해 여기서 쌓은 전문성으로 승부한다는 것이다.

신동호 무하유 대표는 “대기업에서 목표로 하는 시장과 중소기업이 목표로 하는 시장의 크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중소기업 입장에선 작더라도 당장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에 전문성을 키워 시장을 창출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신정규 래블업 대표는 대기업이나 다른 기업이 뛰어들지 않는 도메인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지만 초거대 AI보다 작은 거대 모델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GPT-3가 2년 전 초거대 AI의 서막을 열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큰 모델은 아니다”라며 “스타트업 시장이 좋지 않지만 투자에 대한 의지가 있는 기업이라면 이러한 모델을 만들어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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