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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마음의 패턴
  • 이정현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 기사입력 2022.07.29 17:58
    •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매체와 결합한 인공지능은 ‘추천하는 기계’다. 내가 좋아할 것 같은 영상물을 추천하고 내가 구매할 것 같은 물건을 추천한다. 심지어 사진첩에 저장된 수많은 사진 중에 내가 기억하고 싶어 할 만한 사진도 골라서 추천한다. 엉뚱한 것을 추천받을 때도 있지만 점점 정교해지는 알고리즘을 통해 내 마음이 읽힌 것 같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공지능은 어떻게 ‘마음’을 읽어낼까?

      노버트 위너 (Norbert Wiener)가 제안한 사이버네틱스 (Cybernetics)는 인공지능 연구의 계보학적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미국, 독일, 영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디지털 컴퓨터 기술이 동시다발적으로 연구되고 있던 1956년, 다트머스 콘퍼런스 (Dartmouth Conference)에서 존 메카시 (John McCarthy)를 비롯한 컴퓨터 공학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기술적 지향점이자 컴퓨터 공학의 연구 방향으로서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를 처음 고안하기 이전에 인공지능은 1948년 위너가 쓴 글에서 관념으로 먼저 존재했다.

    • 노버트위너와 그의 사이버네틱스 기계 (사진제공=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 노버트위너와 그의 사이버네틱스 기계 (사진제공=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수학자였던 위너는 그가 이해하는 인간과 기계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사이버네틱스’라는 개념을 통해 이론화했다. 위너는 인간의 행동을 수학적으로 설명한다는 데 매혹되어 있었는데, 동일한 수학적 원리를 적용하여 인간과 소통하고 제어하는 기계의 개발을 꿈꾸었다. 위너는 인간과 기계 모두 피드백을 통한 통제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인간, 기계, 외부환경을 포함하는 커뮤니케이션 행위 주체들이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정보 전달, 처리, 피드백을 반복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교정하여 정교한 결과물을 만들고 시스템 전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위너가 설계한 사이버네틱스 체계였다. 사이버네틱스 개념은 인간과 기계 뿐 아니라 세상 전체를 감지기, 신호, 작동기가 맞물린 하나의 피드백 시스템으로 규정하고 신호와 정보가 복잡하게 교환되는 피드백 회로를 커뮤니케이션으로 이해했다. 피드백 회로를 ‘제어’하는 데 가장 큰 관심이 있었던 위너에게 커뮤니케이션은 수학적 시스템에 지나지 않았던 바, 전달되는 ‘의미’는 중요하지 않거나 기계 시스템이 관찰할 수 없는 무의미한 것이었다. 다만, 관찰하고 측정할 수 있는 ‘행동 패턴’이 커뮤니케이션에서 핵심적인 것이었고 측정된 행동 패턴을 바탕으로 최적의 시스템 상태에 이를 수 있도록 변량의 값을 변형하는 자동화된 피드백 시스템이 사이버네틱스의 지향점이었다.

      위너는 1948년 <사이버네틱스 (Cybernetics: Or Control and Communication in the Animal and the Machine)>와 1950년 <인간의 인간적 활용 (The Human Use of Human Beings)>이라는 두 권의 책을 통해 사이버네틱스의 개념을 정립하고 기계 뿐 아니라 법률 체계, 종교 등 사회 전 분야에 그의 피드백 회로 개념을 적용하고자 시도했다. 동시에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제어 시스템 출현을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날로그 신호를 바탕으로 정립된 그의 이론은 디지털 컴퓨터가 개발되는 동안 구식으로 여겨졌고, 심지어 다트머스 콘퍼런스 참석자들이 여러 가지 이론적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사이버네틱스라는 용어 대신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를 도입하면서 개념적으로 분리되었다. 사실상 현재의 인공지능은 위너가 고안한 사이버네틱스 설계를 기술적으로 실현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인간 및 환경과 통신하고 제어하는 자동화된 기계 시스템이라는 전반적인 맥락도 연관이 있지만, 무엇보다 관찰하고 측정할 수 있는 행동 패턴을 강조하는 사이버네틱스의 커뮤니케이션 개념은 인공지능이 여러 번의 부침을 겪으며 디프 러닝 (Deep Learning) 기술을 통해 실마리를 찾기까지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면서 위너의 사이버네틱스 이론은 다시 주목을 받았다. 사이버네틱스는 사라진 이론이 아니라 모든 것의 이론이 되었다. 사이버네틱스 시스템 안에 연결된 인간과 인공지능은 정보를 전달하고 처리하고 피드백을 주고받기를 반복한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행동을 관찰하고 측정하여 패턴을 파악한다. 그리고 그 패턴이 드러내는 인간의 ‘마음’을 추론한다. 사이버네틱스 시스템을 구상하기 위해서는 기계적으로 관찰 가능하고 처리 가능한 신호 혹은 정보의 패턴만이 중요하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흐르는 시간과 상호작용하고 맥락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인간의 마음, 기억, 사고 같은 인지요소 역시 관찰 가능한 행동을 통해 추론된다. 마음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다. 게시물을 열고, 관심을 표시하고, 댓글을 다는 직접적인 행동에서부터 표정이나 동작 같은 간접적인 표현을 통해서 마음도 관찰 가능한 패턴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패턴이 되지 못한 ‘마음’은 인공지능에게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작 위너는 자신의 이론에서 인간의 마음, 사고, 지능 같은 인지요소를 직접적으로 탐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이버네틱스의 행동주의 관점은 디지털 컴퓨터가 발전하고 인공지능에 이르면서 기계가 인간의 마음을 읽어내는 기본 원리가 되었다. 인공지능이 내 속을 꿰뚫어 보려할 때 마다 생각하게 된다. 생각하고, 기억하고, 느끼는 나는 결국에는 패턴의 집합체일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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