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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계번역의 법적 근거 및 효력
  • 남영자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 기사입력 2022.07.06 13:35
    • 사진제공=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 사진제공=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최근 인공지능 신경망까지 탑재한 기계번역은 지속적인 품질 개선과 더불어 시간적·경제적 효용성을 내세워 파죽지세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제 기계번역은 더 이상 해외 파트너와의 사업을 목적으로 혹은 두꺼운 외국 원서를 단숨에 읽어 내려가기 위한 용도를 넘어 기계번역의 번역물이 법정 증거로 채택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논쟁의 중심에 서있다. 기계 번역물의 법적 효력 여부 논쟁과 관련하여 대표적인 사례는 2018년 6월 미국 캔자스주 주법원 판결을 들 수 있다. 

      해당 판결 관련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7년 9월 21일 캔자스주 경찰관 라이언 월팅(Ryan Wolting)은 한 차량을 세워 검문하던 중 운전자 크루즈-자모라(Cruz-Zamora)의 면허가 정지된 상태라는 것을 알았다. 차량 안을 수색할 필요를 느낀 경찰관은 스페인어 화자인 크루즈-자모라가 영어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스마트폰의 구글 번역을 사용하여 자신의 의사를 스페인어로 번역하여 전달하였고, 크루즈-자모라의 동의를 받아 차량 안을 수색한 결과 6킬로그램이 넘는 코카인과 필로폰을 발견했다. 규제된 위험 물질을 소지한 혐의로 기소된 크루즈-자모라는 법정에서 자신에 대한 불합리한 수색과 압수는 미국 수정헌법 제4조에 위배되는 것이라 주장했다. 

      미국 수정 헌법 제4조는 국민의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해 제정한 것으로, 정부에 의한 부당한 수색, 체포, 압수를 금지하는 것을 기본 골자로 한다. 법정에서 참고인으로 나온 전문 통역가들은 통역에서 문맥은 매우 중요하지만 구글 번역은 문맥을 고려할 수 없다고 증언했다. 통역가들에 따르면 경찰관 라이언이 입력한 “Can I search your car?”(차량을 수색해도 되겠습니까?)에 대한 스페인어 번역 “¿Puedo buscar el auto?”는 경찰관이 의도한 바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영어로 번역하면 “Can I find the car?”(차를 찾을 수 있을까요?)에 해당한다고 했다. 따라서 검문 당시 크루즈-자모라의 ‘동의’는 차량 수색에 대한 동의를 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크루즈-자모라 또한 경찰관 라이언의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법원은 피검문자가 영어 화자가 아닌 경우 경찰관은 구글 번역에 의존하기보다는 인간 번역가와 같은 보다 신뢰할 만한 의사소통 방법을 찾아보아야 했다고 봤다. 이에 캔자스주 주법원은 크루즈-자모라가 차량 안 수색에 대한 동의를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경찰관의 차량 수색은 부당한 것이므로 차량 수색에서 발견된 마약 증거물을 기각했다. 

      크루즈-자모라 사례는 기계번역의 용도적 영역은 확장되었으나 인간 번역가라면 결코 하지 않을 실수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원하는 문장을 입력하거나 말만 하면 즉석에서 문자 혹은 음성으로 번역 및 통역 업무를 수행하는 기계번역을 외면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법집행 및 법률사건과 관련한 기계번역의 사소한 실수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기계번역의 잠재적 위험성을 고려하여 미국의 일부 법원은 기계번역 사용지침을 마련하였다. 캐나다에서도 이러한 잠재적 위험성을 고려하여 일부 행정 및 법률 부문과 관련하여 기계번역 사용지침을 제시했다. 예컨대 2012년 캐나다 이민 및 난민 위원회는 번역 서류는 반드시 인간 번역가의 확인서를 첨부한 것만 인정하고 구글 번역과 같은 기계번역은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번역 유형으로 이민 및 난민 신청 서류 처리가 지연되거나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여담으로 캐나다에서 이민을 신청한 부부가 기계번역을 사용하는 것은 신청자 간의 관계가 진실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고 한다. 예컨대 두 사람이 기계번역을 통해 대화를 하는 것은 심각한 언어장벽을 뜻하므로 위장 결혼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거나 혹은 이민 신청자의 적극적인 영어 학습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간주되어 두 사람의 관계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한다. 

      크루즈-자모라 사례를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영어권 화자와 영어를 전혀 못하는 한국인 경찰관에 적용해 본다면 유사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예컨대 한국 경찰관이 운전자에게 차량 수색에 대한 운전자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파파고 혹은 구글 번역을 사용한다고 가정해보자. 경찰관은 아래와 같이 여러 유형으로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어로는 모두 경찰관의 의도가 드러난 문장인 듯하나, 번역된 영어문장은 문자 그대로 차 내부를 단순히 들여다보는 것에서부터 차량 안을 뒤져서 조사하는 행위에 이르기까지 경찰관이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행위 양태에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기계번역에서 경찰관이 의도한 대로 비모국어 화자에게 전달이 되지 않을 수 있다. 

      (1) “차 안을 좀 살펴봐도 될까요?”

      Can I look inside the car?(파파고 번역)/ May I take a look inside the car?(구글 번역)

      (2) “차 좀 수색해도 될까요?”

      Can I search the car?(파파고 및 구글 번역)

      (3) “차 안 좀 확인해도 될까요?”

      Can I check the car?(파파고 및 구글 번역)

      (4) “차 안 좀 뒤져봐도 될까요?”

      Can I look through the car?(파파고 번역)/ Can I look around the car?(구글 번역)

      (5) “차 안 좀 조사해도 될까요?”

      Can I look into the car?(파파고 번역)/ Can I check out the car?(구글 번역)

      위에서 제시한 사례는 대화가 일어나는 상황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보다 정밀한 번역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지하다시피 번역가의 문맥 파악 능력은 서로 상반된 의미를 가졌거나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 단어가 사용된 경우에도 요구된다. 

      아래에 제시한 문장 (1)에서 ‘enjoin’은 ‘명령하다’와 ‘금지하다’의 의미를 함께 가지고, 문장 (2)의 ‘garnish’는 ‘요리에 고명을 얹다’와 ‘임금 등을 압류하다’의 뜻을 함께 가진다. 문장 내 개별 단어의 의미 선택은 문맥 파악을 전제로 하기에 문맥을 고려하지 않은 번역은 법원이 폭력을 명령하거나 임금에 고명을 얹는 발상(?)으로 이어진다. 

      (1) The court enjoined the violence.  

      법원은 폭력을 명령했다.(파파고 번역)/ 법원은 폭력을 금지했습니다.(구글 번역)

      (2) The gig economy agency decided to garnish the wages. 

      긱 이코노미 에이전시는 임금을 고명하기로 결정했다.(파파고 번역)/ 긱 이코노미 에이전시는 임금을 압류하기로 했다.(구글 번역)

      본 칼럼에서 제시한 사례에서와 같이 일부 기계번역은 문맥 파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듯하다. 그러나 인간 번역가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가공할 만한 학습량으로 범용성을 확장하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분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2018년 6월 영국의 일부 최고위 판사는 기계번역 논쟁과 관련하여 향후 몇 년 안에 법정에서 인간 통역사가 고품질의 동시 통번역이 가능한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영국의 통번역 기관은 상당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여 법적 소송에서 기계번역 사용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개발 및 평가하는 과정을 거치치 않는다면 공정하고 정당한 법집행이 곤란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러한 법적 환경에서 기계 번역 사용 여부에 대한 논쟁 및 관련 사례는 한국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한국어 비모국어 화자가 날로 증가하는 한국도 해외 선례를 바탕으로 기계번역의 법적 근거와 효력 등과 관련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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